본문 바로가기

북이오연재글

독일 아이들은 생일 선물로 뭘 할까

파릇파릇 초록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기상하면 아이들도 하나둘 생일 파티를 시작해요. 독일은 여름에 새 학년이 시작되니 한 학기를 보내며 탐색기를 거쳐 봄이 올 즈음엔 친한 친구들이 생겨요. 게다가 코로나로 2년간 생일 파티를 못했으니 얼마나 고대했던지 초대한 아이 초대받은 아이 모두 생기가 주체할 수없이 흘러넘쳐요. 작년 겨울에 생일이었던 아이는 최대한 미루며 코로나 상황을 엿보다 이제야 파티를 열고요. 

 

깜찍한 초대장

 

벌써 초대장을 두 개나 받은 딸은 부푼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요. 부모도 매년 자녀의 기억에 오래 남을, 색다른 생일 파티의 아이디어를 짜느라 고심해요. 파티를 할 계획이라면 초대할 친구는 몇 명쯤 되는지 명단을 뽑고 초대장을 만들어서 최소 3주 전엔 보내는 게 좋아요. 친구들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일정을 사전에 공유하면서 들뜸은 배가돼요.

 

아이가 어릴 땐 집에서 함께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아이들과 하루 진하게 놀았어요. 우리 집 오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고, 친구들도 신났던 생일 파티는 숲에서 한 보물 찾기였어요. 보물을 숨겨둔 곳의 사진을 일일이 찍어서 보물 지도를 만들었어요. 두 팀으로 나누어 합심해서 보물을 찾으면 그 번호에 맞는 간식을 받는 거였는데, 친구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다른 한 번은 쪽지엔 저녁 메뉴를 적고 사탕을 하나씩 끼워서 숨겼어요. 사다리 타기로 두 팀으로 나누고 각 팀이 찾은 메뉴대로 저녁을 먹었는데 인기 만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매운 라면이 당첨된 팀은 완전 흥분의 도가니탕이었죠. 

 

고학년(5·6학년)엔 점프 하우스 Jump Hause(복합 체육관)나 볼링장 그리고 레이저 태그 Laser tag(실내 사격 서바이벌 게임) 혹은 수영장 같은 놀이 시설을 가기도 해요. 초대받은 날은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예쁘게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집을 나서요. 초대받아서 기분이 좋고 친구들과 작정하고 놀 수 있어서 흠뻑 들뜨는 날이에요. 돌아올 땐 생일 답례품도 받아오고요.

 

간식과 10유로 그리고 딸이 그린 말포이

 

지난주에 이미 생파를 한 친구는 갖고 싶은 선물을 물었더니만 돈이 최고라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아예 초대장에 돈을 주면 기쁘겠다고 적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토록 노골적일 줄이야. 초대장에 적은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현금 10유로에 달달한 간식을 사고 말 장난감을 백 개 넘게 모았다는 친구에겐 카드에 말 그림을, 〈해리 포터〉의 말포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말포이를 그려 주었어요.

 

고학년 땐 즈그들끼리 알아서 하지만 유치원생, 초등학생(4년제) 일 때는 초대된 친구의 엄마들끼리 단체 왓츠앱을 열어서 생일 파티 일정을 공유해요. 초대장에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항목이 있는데 대부분의 엄마가 “초대해 주어 고맙다. 우리 아이는 갈 수 있다.”며 재인이는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를 물었어요. 처음엔 그냥 예의상 묻는 건 줄 알고 파울 엄마에겐 “재인이는 뭐든 다 좋아한다. 파울이 재인이에게 하고 싶은 선물을 하면 된다. 파울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답했는데 지나고 보니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요. 이런 부분에서 독일식 사고를 엿볼 수 있어요.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거절할 줄 알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딱 부러지게 말하는 태도를 여기서부터 배워가는 건 아닐까 싶어요.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리스트가 있어요. 말해주면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도 편하고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당연히 높은데 그걸 대놓고 말하기가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초등학생의 경우 10유로 상당의 선물을 하는데 그땐 원하는 걸 말하지 못했더니만 남자아이 넷이 돈을 모아서 그 또래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말 장난감과 로스만 Rossman(독일의 드러그스토어. 약품과 생활용품, 화장품뿐 아니라 장난감도 판매) 상품권을 선물했어요. 혹시라도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할 수 있도록 말과 상품권을 산 영수증과 함께요. 그다음부턴 저도 영수증을 첨부해요. 레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레고를 선물했는데 혹시라도 집에 똑같은 게 있으면 바꿀 수 있게요.

 

로스만 선물 바구니

 

지난주에 이미 생파를 한 친구는 갖고 싶은 선물을 물었더니만 돈이 최고라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아예 초대장에 돈을 주면 기쁘겠다고 적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토록 노골적일 줄이야. 초대장에 적은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현금 10유로에 달달한 간식을 사고 말 장난감을 백 개 넘게 모았다는 친구에겐 카드에 말 그림을, 〈해리 포터〉의 말포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말포이를 그려 주었어요.

 

고학년 땐 즈그들끼리 알아서 하지만 유치원생, 초등학생(4년제) 일 때는 초대된 친구의 엄마들끼리 단체 왓츠앱을 열어서 생일 파티 일정을 공유해요. 초대장에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항목이 있는데 대부분의 엄마가 “초대해 주어 고맙다. 우리 아이는 갈 수 있다.”며 재인이는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를 물었어요. 처음엔 그냥 예의상 묻는 건 줄 알고 파울 엄마에겐 “재인이는 뭐든 다 좋아한다. 파울이 재인이에게 하고 싶은 선물을 하면 된다. 파울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답했는데 지나고 보니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요. 이런 부분에서 독일식 사고를 엿볼 수 있어요.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거절할 줄 알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딱 부러지게 말하는 태도를 여기서부터 배워가는 건 아닐까 싶어요.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리스트가 있어요. 말해주면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도 편하고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당연히 높은데 그걸 대놓고 말하기가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초등학생의 경우 10유로 상당의 선물을 하는데 그땐 원하는 걸 말하지 못했더니만 남자아이 넷이 돈을 모아서 그 또래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말 장난감과 로스만 Rossman(독일의 드러그스토어. 약품과 생활용품, 화장품뿐 아니라 장난감도 판매) 상품권을 선물했어요. 혹시라도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할 수 있도록 말과 상품권을 산 영수증과 함께요. 그다음부턴 저도 영수증을 첨부해요. 레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레고를 선물했는데 혹시라도 집에 똑같은 게 있으면 바꿀 수 있게요.

 

* 더 많은 글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s://prism.buk.io/100187

 

독일이라서 참 다행이야

천국도 지옥도 아닌 독일 생활 적응기

prism.buk.io

 

'북이오연재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글] 독일과 궁합이 잘 맞는 은지 님!  (0) 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