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엄마 입장에서 엄청 통쾌하다. 엄마를 종처럼 부려먹던 가족은 돼지로 변해 '꿀꿀'거리고 엄마는 유유히 사라진다. 나도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들은 척 만 척할 때는 정말 가출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해도 여전히 엄마에게 매일 주어지는 '시지프의 앞치마'는 힘겹다. 우린 한팀이며 오랫동안 함께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족 공동체임을 남편과 남매에게 세뇌시키며 협박할 때 많이 써먹은 책이다. 어린 아이에겐 돼지로 변한다는 것이 무서울까? 아니면 엄마의 가출이 두려운 일일까? 누구 한 사람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는 건강하지 못하고 불공평한 일이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공동체는 와해되기 쉽다. 남편과 남매에게 주도적으로 자발적으로 집안일에 동참해주길 원하는 이유다.
"엄마, 제가 신발장 정리하고 재활용 쓰레기 버리면 용돈 더 올려주시면 안돼요?"
“응, 안돼. 집안일은 용돈 받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 그럼 너도 엄마가 밥 해줄 때마다 밥값을 내렴”
아홉살부터 설거지를 시작한 아들이 어느 날, 설거지하는 것을 귀찮아 하고 자꾸 미룰 뿐 아니라 급기야는 용돈을 올려 달란다. 단호하게 집안일은 용돈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학기 중에는 1회를 줄여서 일주일에 3회로 타협을 했는데 왜 자신이 해야 하는지 자주 불만을 털어 놓길래.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돕지 않으면 엄마가 힘들어지고 그러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네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집안일을 돕길 바란다고 말해주었다.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네가 원하는 것만 엄마에게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까지. 혹시 설거지가 싫은건가 싶어서 "설거지가 싫다면 다른 집안일을 도울 방안을 스스로 생각해보라"며 아이의 자발성을 위해 직접 써보라고 했다.
아이가 고민한 끝에 적어온 종이엔 1)설거지는 월요일, 목요일, 토요일 2)종이 쓰레기 수시로 확인하고 버리기 3)세면대와 거울 닦기 라고 썼다.
가족이라면 어린 아이라도 예외 없이 모두가 함께 협동으로 만들어가야한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면 이로운 점이 많다. 아이는 집안일을 하면서 가족이 서로의 책임이라는 기초하에 세워졌으며 가족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라이브(Drive)에서 다니엘 핑크가 한 말처럼 아이도 시행착오를 거쳐 이젠 어느 정도 이해한 듯 싶다. 기분 좋은 날은 서비스 설거지도 해주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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