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수요일이면 초등 3학년 한학기가 끝나고 6주간의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학교 축제가 있는 날, 아이가 일년간 공부한 3a 반에 들려 짐을 챙겼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책상 배열이 마음에 든다. 4학년이 되어도 반이 바뀌지 않고 친구들도 담임도 같이 그대로 올라간다. 한선생님이 4년간 아이를 쭉 지켜보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김나지움으로 갈지 직업학교로 진학할지 선택이 가능한가보다. 독일어는 'A아,B베,C체,D대'도 모르던 아이가 일년을 무사히 마치고 진학한다니 기특하고 감사할 뿐이다. 1학기엔 판단이 보류되었던 과목인 독일어, Sach, 종교도 2학기엔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학업뿐 아니라 친구 관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매년 학년이 끝날 무렵에 학교 축제(Schulfest)가 열린다. 재학생(1학년-4학년)가족을 초대하고 신입생 딸도 초대장을 받았다. 아이에겐 놀이 쿠폰과 음료수와 케잌을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주었다. 학교 운동장 구석 구석엔 부모들이 놀이를 준비했다. 예를 들면 물풍선 터트리기, 원통형 스파게티와 일반 스파게티를 아이둘이 입으로 물고 끼우기, 퍼즐 맞추기 등의 게임이다.
한쪽에선 아빠들이 그릴에 소시지를 굽는다. 구운 소시지를 빵에 넣은 메뉴, 차, 커피 그리고 케잌이 준비되었는데 어른은 쿠폰을 사서 사먹으면 된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이에 참여할 때마다 쿠폰에 도장을 받는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과 딸의 담임이 되실분도 만났다. 한국에 언제가는지 얼마동안 가는지 가서 얼마나 좋은지 등의 가벼운 대화를 수줍게 나눴다. 딸의 선생님도 영어가 가능하셔서 한시름 놓였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편하게 먹고 놀며 축제를 즐기며 된다. 엄마와 아빠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축제는 간소했지만 가족적인 분위기다. 금요일 오후 세시 반에 시작한 행사임에도 많은 부모가 참석해서 놀랬다. 반가운 얼굴은 그저 반갑게 인사를 하면 되고 안부를 물었다. 여전히 낯설지만 몇몇 엄마들이 반갑게 포옹으로 인사해주어 고마웠다. 이방인인 나도 조금씩 이곳에서 스며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