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피디가 쓴 책 한권이 엄청 인기다. 영어가 쉽게 포기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유혹적인 책이다. 영어에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결과는 빈약하다. 저자의 부모님은 교사시고 게다가 영어를 가르치셨다니 자식 입장에서 부담이 많았겠다. 남편도 영어를 맨 처음 배울 때 아버님께서 무작정 책 한권을 외우라고 하셔서 어린 마음에 얼떨결에 외우다보니 잘하게 되고 그러다 영어를 좋아졌다는데 외국어는 역시나 암기가 갑인갑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던 저자도 영어를 정복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단다. 외국어를 잘하면 자신감이 왜 높아질까? 저자가 제안하는 만만한 회화책 한 권 외우기는 외국어 습득 방법 중 하나다. 책 한권을 외운다는 것은 보통 노력으론 쉽지 않을테니 큰 성취라면 크고 작다면 작은 성취지만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이 자신감으로 이어졌을 듯하다. 게다가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되면 더욱더 자신감은 상승할 것이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열망은 살아난다. 열살 아들도 독일어를 잘하게 될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괜히 우쭐한 마음이 들고 전능감 비슷한 느낌이 들더란다. 말이 터지면서 생전 처음 배운 새로운 언어가 들리고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소통의 맛을 알게 되면 언어의 매력에 빠진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또 다른 세상을 얻는 것과 같다더니 우리집 남매도 그런 모양이다.
독일 생활 일년 동안 남매는 독일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익히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에 비해 엄마는 독일어에 노출될 일도 적고 꾸준히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않으니 늘지 않는다. 나이탓, 시간탓만 할 수 없다. 이 책 덕분에 나의 영어와 독일어 수준에 대한 자각과 이대론 안되겠다는 동기 부여를 얻었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끝도 없고 완성도 없고 대신 꾸준한 노력만 있을 뿐이라는 진리를 확인한 시간이랄까.
외국에 살면서 언어로 인한 좌절감을 맛보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한다. 영어는 EBS에서 하는 Easy English를 들으려고 교재를 사왔는데 아직 듣지 못했다. 독일어는 회화책을 꺼내만 놓았다. 이번주부터 마침 일주일에 두번 독일어 수업을 듣는다. 세 시간 독일어에 노출된 날은 멀미가 난다. 모국어에 대한 갈증만 커지는 기이한 경험도 했다. 한국 가기 백일 전에 백 개의 문장을 암기했는데 돌아 와선 다시 흐지부지다. 단어 열개 그리고 한 문장 암기라도 목표를 세워두는 게 좋겠다. 내 자신감에 흠집 생기지 않도록 뭐라도 외울 자세는 되었다.
작은 아이에겐 매일 한글책 최소 한권 읽어 주기와 남매에게 독일어 책 한권을 읽는 것이 목표인데 이마저 지키기 어려운 날도 있다. 남매에게 영어책까지는 짬이 안난다. 영어는 우선 엄마인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책그리고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읽은 글쓰기의 최전선 (0) | 2017.08.19 |
---|---|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0) | 2017.08.18 |
멀고도 가까운 (0) | 2017.06.17 |
성격의 재발견 (0) | 2017.06.06 |
순례자 (0) | 2017.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