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좀 잘까 싶어 알람을 치웠는데 눈 떠보니 여섯시가 넘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창문을 열어 싸한 공기를 맛보며 잠을 깨고 그날의 날씨를 점쳐본다. 저멀리 안개가 자욱한 걸 보니 맑은 날이 예상된다. 어젯밤에 산책 대신 드라마를 본 것이 잠깐 후회된다. 새벽이 가시기 전에 얼른 걷고 싶은 생각과 동시에 옷 갈아입고 나가기 귀찮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이 귀한 황금 주말 시간을 걸을 것이냐 쓸 것이냐. 고민하느라 30분을 지체했다. 결국 7시에 집을 나섰다. 이미 해가 많이 떠오른 시각이다. 이른 아침부터 개 산책 시키는 아저씨 두 명을 만났고 조깅하는 남자와 여자가 나를 스쳐지나갔다.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얼굴에 땀이 흥건한 걸 보니 뛴지 꽤 된 모양이다. 스카프까지 칭칭 동여메고 청바지 차림으로 길을 나선 내가 민망하다. 다른 시간대의 산책은 또 다른 세상이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나뭇잎 사이로 햇살의 가는 입자가 쏟아져내렸다. 공기는 물기에 젖어 촉촉하고 숲 길에서 만난 새끼 사슴은 날 빤히 쳐다보다 제 갈길을 갔다. 종종 새벽에 길을 나서도 좋겠다.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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