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꽃봉오리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봉오리들이 순식간에 활짝 피어난다. 색은 또 얼마나 고운지 마음까지 말랑하게 만든다. 꽃차는 여름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친한 언니가 선물해 준 차들 중 하나다. 우렁차, 쑥차, 꽃차, 한국적인 차들을 골라 준 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테지만.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이 점점 뜸해지고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꽃차를 마시며 그리움을 달랜다.
단짝 친구에게 헌신하는 아들의 지극 정성이 독일에서도 여전한 게 놀라워서 묻는다. 한국에서 5년 동안 만난 친구랑 독일 친구랑 누가 더 좋아? 그저 호기심에 바람직하지 않은 질문이 나왔다. “엄마, 평화로운 시기의 5년과 전쟁 같은 때의 1년은 비교 불가하지요.” 철학적인 아들의 대답에 깜짝 놀란다. “야, 너 언제 전쟁 치렀냐?” 모른 척 물었지만 그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뜻으로 읽혀서 짠하다. 정 붙이고 애정 쏟을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고.
나를 만나 행운이라고 말해준 친구가 내게도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저녁에도 만나 함께 산책을 하며 밀린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지금 , 여기서, 오늘 만나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애정을 쏟아야지 하면서 마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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