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마감이 있어서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니 쉽게 다른 일에 밀린다. ‘Must’로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 만족을 위해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그동안 쓰던 원고는 올해 안에 독립 출판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계획했지만 의기소침해지는 날이 더 많아 손이 안 간다. 어떤 날은 이런저런 핑계가 생기기 쉽다. 역시나 나와의 싸움이 가장 크다. 나와 약속은 지키고 싶어 타이머를 설치하고 나를 글 속으로 밀어 넣는다. 하루에 최소 59분은 원고에 집중하는 거로 타협을 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잡히면 무조건 ‘Start’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집중 모드로 간다. 초침이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나의 집중력도 높아진다.
타이머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도 쓴다. 일, 이주에 한 번 대청소 하는 날, 온 가족 뿔뿔이 흩어져 자기 할 일에 바빠 청소에 합류가 어려울 때 타이머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59분만 집안일에 집중해서 끝내고 편하게 쉬자고. 매번 청소하자고 할 때마다 소극적이던 오누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실은 오누이뿐 아니라 나도 하기 싫은 마음이 컸는데 나에게 먼저 도움이 된다. 정해진 시간 집중해서 청소하면 후딱 끝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넷이서 한마음으로 집안일을 한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더러워진 걸레들을 빨아 널고도 타이머는 14분이나 남았다. 와, 45분만 투자하면 깨끗한 집안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좋아라한다.
요즘 이 타이머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곳은 또 하나 있다. 바로 아이들의 게임 시간을 조절할 때 쓴다.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기 좋아하는 열 살 아들과 게임 시간을 서로 타협해서 정한 시간이 있는데 매번 지켜지지 않는다. 시간 다 되었다고 매번 말해주는 것도 잔소리만 늘 뿐이라 그것마저 내려놓기 위해 타이머를 설치하고 시간이 되면 무조건 끊는 것을 제안했다. 그래도 여전히 타이머가 울리고서도 "하던 게임만 하고 끊으면 안 돼요?" 물으며 바로 끊지 못하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타이머가 나 대신 울려주니 편하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을 끝낼 때나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타이머의 시동 버튼이 꽤 효과적이다.
'엄마는오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 똥 찍던 엽기 엄마 (0) | 2017.11.16 |
---|---|
엄마 반성문 (0) | 2017.11.12 |
쉿! 비밀이야. 보물찾기 (0) | 2017.11.09 |
문자보다 감수성(당근 할아버지) (0) | 2017.10.30 |
크는게 아까운 (0) | 2017.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