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참으로 버라리어티한 날씨였다. 새벽 내내 빗방울이 끊이지 않더니 오전 산책길에선 비 갠 틈에 무지개도 만났다. 오후엔 우박이 내리다가 바람 소리도 어찌나 요란하던지. 순진한 딸은 클라우디아가 우리 집에 올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로 날씨가 나빴다. 지난달 클라우디아네서 양파 케이크에 페더바이저를 먹고 부부가 한국에 다녀온 후엔 우리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용감하게 한국 음식을 준비하겠노라면서. 손님 초대는 내게 늘 부담스럽다. 청소며 음식 준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친정 식구에게도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해 본 기억이 없다.(안난다.) 집에서 가족이 모이더라도 대부분 언니의 손을 빌리곤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외식 문화가 발달한 것도 한국에선 손님을 치를 일이 적은 이유가 아닐까. 클라우디아가 이번에 한국에 다녀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수 많은 식당이다.
클라우디아에게 매번 대접을 받다가 더는 피하기 어려워 초대했다. 메뉴는 맛끼와 배추 해물 된장국으로 결정하고. 보기에도 예쁘게 색에 은근 신경을 썼다. 내 생애 처음으로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부쳤다. 생각보다 힘들더라. 23년 전 이긴 하지만 클라우디아 부부는 일본에서 2년간 살았던 적도 있고 아시아 문화에 관심도 많다. 젓가락질도 능숙하게 잘한다. 레카(Lecker!)를 외치며 내가 만든 음식에 감탄하고 맛있게 먹어주니(크리스토퍼는 된장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 엄청 뿌듯하고 기뻤다. 한국말이었다면 참 낯 간지러웠텐데. 진짜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참 행복하다고 고백해주어 고마웠다. 친구를 초대해서 음식을 나누는 일의 즐거움을 이제야 느끼다니! 우두둑 무섭게 떨어지던 우박 소리도 정겹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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