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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엊그제 오후엔 눈이 펑펑 내렸다.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참 뒤에 내린 눈이다. 감질나게 내리다 비에 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눈 말고 제대로 쌓였다. 남매는 창가에 매달려 내리는 눈에 감탄을 쏟아내다가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든다. 게으른 엄마는 창문에서 춥지 않냐고 묻고 사진만 찍다가 눈 치우러 어쩔 수 없이 나갔지만. 오누이가 한덩이씩 눈덩이를 굴려 커지는 만큼 잔디가 눈을 벗는다. 초록이가 춥지 않게 눈 치워준다는 명목과 함께. 내가 쌓인 눈을 쓸어 내는 속도를 눈이 순식간에 따라 잡을 만큼 많이 내렸다. 점점 무거워진 눈덩이를 낑낑 굴리며 힘들다던 아이는 눈사람 만들고 먹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 흐뭇해하고. 지붕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래다가 어느새 질척해진 눈은 낭만이 사라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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