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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오늘도

엄마라서 참 좋다

 

"매일 같은 일의 반복인 듯하지만, 한 발짝 일상에서 떨어져서 보면 사실은 조금씩 다릅니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이야말로 가슴이 저밀 정도로 소중합니다.

 

오늘 내가 벌이는 일이 나름 소소한 사건이 되어줄 것이며,

훗날 아, 그날은 이걸 했었지, 라고 오늘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게 되겠지요.

일기는 그래서 쓰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수박>의 마지막 대사에,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바바짱, 언제나 같은 하루긴 해도 전혀 다른 하루야"

한동안 내 삶의 모토가 되어 준 I love today!

카피라이터 이시은의 짜릿하고 따뜻하게의 위 구절은 오늘 하루가 가슴이 저밀 정도로 사랑스러운 날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은 날, 내 눈을 사로잡았다.

 

아이의 고사리 손을 가지런히 펴서 손톱을 잘라주다가 문득, ‘언제 이렇게 손톱 속의 반달이 커졌지?’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손톱을 정성껏 깎다가 이 고사리 손도 금방 커버리겠구나.’ 뭉클해진다온종일 아이와 함께 있던 시간이 힘겨웠던 어느 날, 속으로 '빨리 커라 빨리 커라 제발! 그래서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주렴' 온 힘을 주어 되뇌었는데 그 주문이 마법을 걸어 현실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미안해진다. 붙잡지 못하는 세월처럼 아이도 그렇게 순식간에 커버렸다.

 

아이의 손톱 속의 반달이 커지는 만큼 나도 조금씩 성장했다. 엄마로 살아보아서 다행이다. 내가 보내는 하루가 가슴 저밀 정도로 사랑스러운 날이라고 애틋하게 깨달은 날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졌다. 아이와 보내는 날들은 같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오랫동안 응시한 바닷가의 파도가 매 순간 다른 것처럼. 같은 하루긴 해도 전혀 다른 날을 만드는 것은 결국 엄마인 내가 마음 먹기에 달린 일이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이 죽을만큼 힘들지는 않았다.라고 쓰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읽는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힘들고 고통스런 순간이 분명 더 많았을 텐데 오히려 쉽지 않았기 때문에 빛났던 순간도 많았다.고 믿는다. 아이 곁에서 전능감을 발휘하며 밀착해서 보내던 때는 다신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절대양육기간을 조금씩 벗어나면서 점점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

 

몸무게가 어느덧 30키로가 넘은 아홉 살 큰아이는 물약과 가루약을 먹다가 알약을 먹게 되었다. 내가 언제부터 알약을 먹게 되었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루약을 먹다가 알약으로 먹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약사에게 물었더니 몸무게가 30키로가 넘으면 먹을 수는 있단다. 아이가 알약을 삼킬 수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고. 몸무게 10키로에 알약 하나가 해당되기 때문에 하루 세 번 먹는 걸 생각하면 그런 기준이 생긴다. 이런 순간들이 신기하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다시 경험하는 나의 애틋한 어린 시절들, 그러고 보니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점점 많아졌다. 별거 아닌 일상이 특별해지는 느낌이랄까

  

엄마는 위대하지만 한편으론 안쓰럽다. 엄마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순간부터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벗고 싶다고 벗을 수도 없을 뿐더러 한 번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어렵다. 한 번 선택한 이상 엄마가 아닌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다른 어떤 역할과 구분된다. 엄마라는 사람들은 아무리 잘해도 자동으로 부족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고 완벽한 엄마를 경험해보지도 못했다. 결핍된 부분은 어떻게든 드러난다. 결핍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 뭘 원하는 지 들어야 한다. 엄마가 되는 건 영웅이 되는 것 이상의 변모다. 그만큼 엄청난 과업을 맡는다는 의미다.

 

난 기질적으로 무료한 일상을 견디기 힘든 사람이다. 삶이 늘 버라이어티 할 수 만은 없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다면 가끔은 버라이어티한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종종 뭘 하면 나도 신나고 아이도 즐거울까.’를 고민하곤 한다. 아이가 어릴 적엔 어린 대로 아이가 크면 큰 대로. 게다가 난 꽤 이기적인 사람이라 엄마지만 늘 내가 언제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궁리한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살려고 애쓴다. 엄마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안되 내 안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하루가 모여 나의 인생이 된다는데 엄마로 사는 날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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