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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요란스런 새해 시작

떡국떡이라도 미리 사두었으면 새해 아침에 떡국을 끓였을 텐데 차가운 빵을 먹게 생겼다. 밤새 폭죽 소리에 잠 못 자는 고문에 시달렸다. 입안이 깔깔하다. 2017년 마지막 밤 저녁부터 가끔 폭죽이 터졌다. 아마도 사둔 폭죽을 터트리고 싶은 조바심에 아이들은 한 번씩 시도했으리라.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이 마트가 모두 휴무인 독일에선 이틀 전 장을 볼 때 대부분의 사람 카트 안엔 폭죽이 담겨 있었다. 그러다가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폭죽 터지는 횟수가 많아지더니만 정확히 12시가 되니까 모두 동시에 폭죽을 터트렸다. 밤하늘은 불꽃으로 수놓아졌고 소리는 요란하다. 마치 내가 팝콘 공장에 앉은 느낌이랄까. 쉼 없이 터지는 불꽃에 귀가 먹먹할 정도다. 평상시엔 그토록 조용한 동네가 순식간에 환하게 밝고 요란스러워졌다.

 

앞집 꼬마도 자다 일어났는지 아니면 졸린 눈을 비비며 그 시간까지 기다렸는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집 앞에 나왔다. 엄청 큰 폭죽은 할머니가 세팅을 하고 터지길 기다리다 불발이 되니까. 몇번 시도하다 안타까워하며 들어갔다. 자정을 중심으로 터트리던 폭죽은 삼십분간 지속하다가 한시가 다되어 갈 즈음엔 간헐적으로 잦아들었다. 잠은 다 잤다. 우리 집 남매만 세상모르고 잘 잔다. 비바람에 날이 궂은데도 할 일은 어김없이 한다. 남에게 절대 피해주기 싫어하고 평상시엔 개 짖는 소리도 들릴까 말까 한 동네가 이 시간만큼은 마음껏 폭죽을 터트린다. 여의도 불꽃 축제도 한 번 가보질 못했는데 집에서 불꽃은 원 없이 봤다새해를 시작하는 의식이 참으로 요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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