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이사 온 미식가 줄리아 차일드, 먹는 것마다 보는 것마다 감탄이다. 낯선 곳에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뿜으며 즐겁게 산다. 뭐할까, 고민하다가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고 ‘요리사도 없고 하인이 없는 미국인에게 프랑스 요리를 알려주기’ 콘셉트로 요리책 쓰기에 도전한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요리엔 더 열정적이다. 남편인 폴이 요리하는 아내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불 앞에 선 그녀는 매력적이야. 마치 드럼 연주자를 보는 듯해. 북 두 개를 쳐야 할 때를 잘 아는 연주자 같아” 좋은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글 쓰는 것을 좋아하듯이 먹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 요리도 잘하지 않을까.
뉴욕 퀸즈에선 줄리가 피자리아 2층으로 이사를 한다. 밤마다 경적 소리가 시끄럽고 주방은 비좁지만 줄리도 줄리아처럼 요리하는 순간은 행복하다. 게다가 줄리는 줄리아를 흠모한다.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며 감정소비가 심한 줄리는 행복하지 않다. 쓰다만 소설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출판하지 못했으니 작가도 아니다.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져 의기소침해 있던 찰나 블로그에 매일 글 쓰는 일에 도전한다. 그것도 365일동안 524개의 레시피로. 줄리가 엄청 좋아하는 줄리아가 쓴 요리책을 보면서 매일 요리를 해내며 점점 행복해진다. 요리는 그녀에게 삶의 새로운 활력소다. 직장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퇴근 후 장을 보고 주방에서 요리할 때만은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이 펼쳐진다. 즐겁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아낌없이 지지해주는 남편도 있다.
요리책을 함께 시작한 친구가 있는 프랑스를 떠나야 할 때도 줄리아는 남편을 원망하기보다는 방법을 모색하며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도 쉽게 굴하지 않는 그녀의 긍정적인 모습은 전염된다. 맛있는 음식에 쉽게 자주 행복해하는 줄리아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고.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멋진 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의 열정과 끈기도 부럽다. 사랑스러운 줄리아의 요리뿐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를 동경하는 줄리는 점점 줄리아를 닮아간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멘토를 짝사랑하며 흠모하는 대상처럼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라니.
닭다리도 하나 제대로 못 묶는다며 쉽게 눈물 흘리고 왈칵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피식 나기도 했다. 남 일 같지 않아서. 부엌 바닥에 벌러덩 누운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매일 하나의 레시피를 직접 요리해보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도 한 달이 아니라 1년간이라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줄리는 때로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한다. 온통 요리에 신경이 집중된 줄리와 같이 사는 남편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줄리와 싸운 남편은 집을 나가고,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쓰지만 알아주는 사람 없어서 기운 빠질 때도 있었지만. 줄리는 끝까지 해냈다.
줄리아와 줄리가 만든 프랑스 요리를 맛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 쉼 없이 애정을 쏟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블로그에 글 올리는 일이든 낯선 곳에서 뭔가를 배우는 일이든 도전하고 찾다 보면 삶이 얼마나 빛나게 되는지 그녀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보나빼띠! 를 경쾌하게 외치며 줄리아와 줄리처럼 덩달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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