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SACH시간에 성교육을 받는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부모의 밤(선생님과 반 부모가 만나 학기 일정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날)때 미리 말해주었고 안내문도 받아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리얼하게 배울 줄은 몰랐다. 학교에서 콘돔 사용법을 배웠다기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꼬치꼬치 물었다. 이미 사춘기가 시작되었는지 재차 물어야 겨우 알려주는 비싸게 구는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따로 수업했는데 Herr Tiger가 널빤지에 한 십 센티미터 이상의 나무 모형을 가져와서 콘돔 사용법부터 상세하게 시범을 보여주었단다. 콘돔 사용 후 묶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법까지. 원하는 아이는 콘돔을 직접 만져보고 도구에 껴보는 것도 했고. 그리고 수업 전에 반 학생 모두에게 섹스에 관해 각자 최소 두 개의 질문을 하라고 했는데 아들은 아래의 세 개의 질문을 했단다.
하나, 섹스하면 왜 행복한가요?
("오, 대박! 티거의 답변은 뭐였어?" "오르가즘Orgasmus" "너 근데 섹스하면 행복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수상하다며 의심하는 엄마 )
둘, 왜 남자가 여자보다 성욕이 강한 건가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맞아. 엄마도 배울 때 남자와 여자는 나이대에 따라 성욕이 강한 시기가 다르다고 알고 있어")
셋, 수많은 정자 중 한 개에서 최대 두 세 개까지 난자를 만날 수 있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두 죽는다!" "정자가 최대 세 개까지도 난자를 만날 수 있는건가?" 무식한 엄마의 질문)
실은 얼마 전에 아들이 책(내 책, 고등어를 금하노라)을 읽다가 대뜸 콘돔이 뭐냐 길래, 고지식한 엄마는 당황하며 아빠에게 물으렴. 하며 책임 전가를 했는데 바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남편이 따로 진지하게 알려 준 듯 했는데 학교에서 적나라하게 배우니 우리 집은 갑자기 자연스럽게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대학원에서 Human sexuallity 을 배울 때 GSpot(오르가즘을 느끼는 부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들은 열한 살에 벌써 남, 여 각각 GSpot의 부위가 어디인지 배웠단다. 여자는 질 안쪽 부분, 남자는 성기 끝쪽 귀두!
아이가 한 수업 내용을 들으면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성교육 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너무 빠른 건 아닐까? 반엔 아직 열 살 생일이 지나지 않은 아이도 꽤 있는 거로 알고 있어서. 한편으론 음지에서 숨기는 것보다는 이렇게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가르치려면 뻘쭘했을 텐데 학교에서 이미 충분히 배운 후에 이야기하니 덜 부끄러운 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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