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 헤이, 거기 너 이리 와봐.
아이 : (엄청 놀라서) 저? 저 말이요?
경찰 : 그래, 너, 자전거에 헤드라이트가 왜 없어?
아이 : (우물쭈물하며) 아, 네. 깜박했어요.
경찰 : 라이트 꼭 달고 다녀야 하는 거 알지. 담엔 꼭 달아.
아이 : 네. (꾸벅 인사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줄행랑 치다)
수요일 오후 5시 30분에 배드민턴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경찰을 만났다. 겨울로 진입하는 어느 날, 어둠이 급속도로 찾아오는 무렵일 거다. 밤 열 시까지도 환한 하늘에 방심하고 있다가 겨울 되기 전에 라이트를 달아야지 생각만 하다가 생긴 일이다. 라이트 없이 독일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은 굉장히 위험하다. 형광 조끼를 입은 것도 아니라면 운전자에게도 위험을 초래할 테니까. 한국에선 어두울 때 자전거를 탈 일이 없으니 상관없었는데 독일의 겨울밤은 매우 길고 상대적으로 등원 시간은 빠르다.
한국에서 올 때 아이가 타던 자전거랑 성인 자전거 한 대를 가져왔는데 그 두 대의 자전거엔 모두 라이트가 없다. 그 뿐 아니라 바퀴에도 불빛이 닿으면 반짝이는 반사판(Reflektor, Katzeaugen)을 달아야 한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독일이니 자전거는 필수라 생각하고 챙겨왔는데 그냥 독일에서 자전거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탐나는 좋은 자전거가 많다. 괜히 무겁게 들고 와서 여기저기 손 봐야 할 일이 생기니 돈이 더 든다.
아이 자전거는 저렴한 편이라 괜찮은데 남편이 타던 자전거는 산악용이라 꽤 가격이 나간다. 새로 사긴 아까워서 앞, 뒤 라이트를 달아서 아이가 타고 다닌다. 마침 4학년 2학기엔 자전거 수업도 한다. 자전거 탈 때의 숙지해야 할 신호도 배우고 자전거 부분 명칭들도 자세하게 배운다. 오늘은 마침 경찰이 학교에 와서 자전거 검사까지 한다며 아이는 일일이 중요한 부품을 점검해서 학교에 갔다. 어젯밤에 부리나케 바퀴에 반사판도 달았다.
독일에 와서 얼마 안 됐을 무렵, 아이와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어떤 아주머님 한 분이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에게 와서 조언을 해 주신 적도 있다. 머리에 꼭 맞지 않는 헬멧을 가르키며 이건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머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면서. 라이트가 없는 자전거도 지적해주었다. 꼭 라이트가 필요하다고. 그땐 잘 몰랐는데 살아보니 일찍 등교하는 아이가 자전거를 이용할 시에 앞, 뒤 라이트는 필수다. 자기 아이도 아닌데, 다른 가족을 오래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안전을 염려하며 우리에게 열심히 코칭해 주었다. 고마운 이웃이다.
고마운 이웃의 조언을 허투루 듣고 떼었다 붙였다 하는 불빛을 임시로 달았다가 낮엔 괜찮겠지 했는데 금방 어둠이 깔리는 경계에서 경찰을 만났던 거다. 오늘 검사에선 무사 통과하길! 했는데 다행이 아들은 경찰의 검사 결과 합격했다며 자전거에 합격증을 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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