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대부분 자녀에게 맞춰진다. 때로는 희생이라는 것도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 덜 힘들어진다. 육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간절히 원해서 우주적 만남으로 아이와 만난 감격의 순간을 상기해야 할 필요성을 수시로 느낀다. 그토록 강렬한 출산의 고통도 어느 순간 잊혀지는 것을 보면 쉽게 망각하는 동물인 나는 초심을 유지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공부가 필요했다.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사람들이 바로 엄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매일 엄마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지 않으면 어려운 순간들을 고비 고비 건너기 어렵다. 절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발적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되면서 유독 내 자신이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결핍은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에 대해 탐구하게 했다. 대학원에서 가족치료를 공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담 공부의 최대 수혜자는 나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담자에게 책을 선정해서 읽게 했다. 효과가 높다. 육아와 결혼만큼 자기 이해를 돕는 막강 수업도 없지만 자신을 먼저 ‘인식' 하고 '변화'하기 위해 독서의 도움도 크다.
책을 읽으면 최소 몇 시간은 아이에게 '덜 버럭 거리게 된다'는 한 엄마의 고백을 들으며 밧데리 충전으로 비유하면 독서는 한 세 시간 밧데리 충전쯤 되지 않을까.
사이토 다카시는 ‘내가 공부하는 이유’라는 책에서 “공부는 내면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과 같다”고 했다. 공부를 통해 ‘인생의 내공을 키우라’고 말한다. 엄마가 되면 알게 된다. 보통 내공으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통 내공으론 소신 있게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아이 앞에서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 공부가 절실해진다.
공부를 통해 내면에 한 그루의 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를 심어서 언젠가는 숲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아니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는 내공이 쌓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도 절대양육기를 내 인생의 안식년이라 여기고 틈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읽는 시간만이라도 육아에서 벗어나 환기를 위해 잠든 아이를 내려놓지 못한 채 집안일을 제쳐두고 책을 읽곤 했다. 책 읽는 동안은 어떤 불안감도 나를 덮지 못했다. 자격증과 학위들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식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에 책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 동시에 내 안에 있는 꿈의 씨앗을 키우는 시간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책 읽는 일은 그저 나에게 오래된 습관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책은 내가 원할 때 튕기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로까지 해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모르는 것들을 아니,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친절히 가르쳐주기도 한다. 몰입을 경험한다. 책만큼 깊이 빠져들어도 중독되어도 괜찮은 것은 없다. 더딘 변화이긴 하나 조금씩 내가 변화한다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이유는 행복한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에서 이희석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독서를 하지 않는 시간을 잘 살아내기 위함'이란다. 이 구절을 읽은 뒤 바로 내 곁에 있는 아이에게 더욱 더 몰입하고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책만 무조건 읽어라’가 아닌 내가 있는 ‘이곳 일상에서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해주어 고마웠다. 엄마가 된 이후, 아이가 잠든 새벽 시간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낮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덜 짜증내며 좀 더 괜찮은 내가 되기 위함이다. 머리가 좋지 않은 나는 책을 읽지 않으면 자꾸 까먹는다. 나에게 지금 뭐가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말이다.
아이를 도맡아 키우던 지난 10년간 나는 독서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가 지금 지나가고 있는 결혼과 육아의 큰 강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잘 건널 수 있는지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읽은 대로 엄마의 역할 중 절대양육기간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실천했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거기에 더해 나의 정서적 대물림을 끊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과 가장 변화 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가 된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쉽게 변화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10년간 나의 중요한 화두였다. 그 과정에서 책의 도움이 가장 컸다. 본능에 충실한 양육이 되지 않기 위해 정신 줄을 놓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책이라는 진정제를 투여했다. 밤마다 고해성사 했던 날들!
친밀한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결혼을 통해 한 사람과의 깊이 있는 관계를 갖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가토 다이조의 ‘착한 아이의 비극’을 읽으며 장남이며 효자 남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결혼을 해서도 여전히 원가족과 분리되지 않는 탯줄에 대해 고민했다. 알랭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 가’를 읽으며 나는 왜 깊은 관계가 될수록 남편에게 집착하며 괴로워했는지 알게 되었다. 스캇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때 그때 필요한 책들을 골라 읽으며 도움을 받았다.
좋은 것들은 쉽게 얻을 수 없다더니,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는 것과 원만한 결혼 생활이 바로 그랬다. 그만큼 엄마역할과 아내로서의 삶이 거저 얻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이다. 내가 지난 십 년간 공부가 절실했던 이유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안간힘 쓴 독서'랄까. 건강하고 지혜로운 인간이 되는 것은 평생 추구해야 할 영역이었다.
'엄마는오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없던 용기도 불끈! (0) | 2017.03.29 |
---|---|
행복이 쏟아지는 남매 틈바구니 (0) | 2017.03.27 |
애착이 뭐길래 (0) | 2017.03.16 |
그렇게 엄마가 된다. (0) | 2017.03.09 |
엄마라서 참 좋다 (3) | 2017.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