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p47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버라이어티하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때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젊음의 초입에서 과연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까. 산티아고는 2년동안 양치는 법을 배웠고, 이제 막 익숙해지려 하고 있는 찰나에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지만 하루 만에 전 재산을 날린다. 빈털터리, 가진 것이 없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간절히 찾는다. 이때야 말로 모든 것을 던지지 않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온 우주가 도와 주기 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은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간절히 원해야 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난 시련 앞에서 쉽게 단념하고 타협하는 삶을 살지 않나. ‘초심자의 행운’을 만나더라도 ‘가혹한 시련’앞에서 견뎌내는 인내심과 용기를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 에메랄드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 하나의 돌을 깰 끈기 말이다.
빈털터리가 된 산티아고는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는다.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거나 헛된 꿈을 쫓다가 가진 재산을 날렸구나 자책되겠다. 양 살 돈이라도 마련할 생각으로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한다. 모든 희망도 모험도 사라진다. 꿈을 단념해야 하고 돈벌이에 발목을 잡히는 순간 맞게 되는 무력감이다. 산티아고는 크리스털 가게에서 꿈을 잠시 접고 돈을 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주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 꿈을 꾸기 보다는 옛날의 삶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는 때의 슬픔 말이다. 산티아고는 열심히 일했고, 크리스털 가게의 상인이 오랫동안 타성에 젖어 장사를 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을 추구해서 돈을 많이 번다. 오히려 상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자아의 신화를 쫓으라던가 표식을 찾으라는 말들을 한다.
현자의 말처럼 숟가락에 든 기름 두 방울(비전)을 잊지 않으면서 현재 만나는 것들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는 일이 어렵겠지만 추구한다면 진정한 행복감을 맛보겠다. 산티아고에게 기름 두 방울은 피라미드에 가서 보물을 찾는 것일까. 돈을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자아의 신화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치뤄야 하는 대가인가 보다. 크리스털 가에게서 일년 동안 양을 백 스무 마리를 사고도 남을 돈을 벌고 돌아가려던 찰나 늙은 왕이 언젠가 말한 “절대로 꿈을 포기하지 말게, 표지를 따라가”라는 말을 떠올린다. 세상을 정복할 듯한 힘이 산티아고을 감싼다. 자신감이 충천해지는 것 말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갖게 되는 느낌은 아닐 것이다. 양치기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면서 그는 기쁘지 않았다. 결정의 때에 마음을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피라미드로 떠나기로 결심하니 커다란 기쁨을 맛본다. 익숙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일년간 산티아고는 단단해졌다.
산티아고는 탕헤르에서 피라미드까지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사막에서 영국인과 낙타몰이꾼을 만난다. 연금술사를 찾고 있는 영국인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아의 신화를 찾는 것을 알게 된다. 낙타몰이꾼을 통해서는 '현재를 사는 것'의 중요성을 배운다. 산티아고는 늘 배운다. 사막으로부터 침묵을 배우고 사막의 바람과 대상행렬과 책으로부터도 배운다. 사막을 건너며 세상이 다양한 언어로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것까지. 주변에 나타난 표식(sign-징후, 조짐, 기색, 흔적)을 발견하고 읽는다. 사막이라는 공간이 주는 환경적인 요인은 마음을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sign를 잘 읽으려면 직관이 잘 발달되야 한다. 온 우주 만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보통 능력은 아닐 테니까. 두려움에 맞서는 일뿐 아니라, 실패하거나 좌절을 맛보는 것은 당연히 치뤄야 한다. 모든 시험과 시련을 통과해서 얻는 값진 것이기 때문에 자아의 신화를 끝까지 살아낸 사람은 매혹적인가보다.
연금술사를 만난 이후, 바람으로 변해야 하는 가혹한 시험이 산티아고를 기다린다. 과연 바람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스스로를 철저히 믿는 믿음이 필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위대한 사랑의 힘도 빌려야 한다. 단 하나뿐인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 미션을 수행한다. 그동안 배우고 깨달은 모든 것을 동원한다. 만물의 정기의 도움을 받아 바람과 해와 이야기를 나눈다. 천지간의 모든 것들이 산티아고를 돕는 순간이다. 바람으로 변하고 말고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산티아고는 여정을 통해 의미있고 빛나는 순간을 맛본다.
파울로 코엘료는 주인공 산티아고를 통해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소설과 현실의 괴리는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여정만큼 어려워 보인다. 꼭 자아의 신화를 찾아야 하나? 그렇다면 어떻게 찾아야 할까? 삶의 모든 것이 다 표식이라는데 그 표식은 어떻게 읽을까? 과연 나는 내 삶의 연금술을 빚어 낼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품는 것만으로 이미 자아의 신화에 유혹된 느낌이다.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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