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쏟아지는 남매 틈바구니

“얘들아, 얼른 자라 자라. 이제 잘 시간도 훨씬 지났구나. 내일 아침에 안 깨워 줄 거야.” 아무리 협박을 해도 자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을 모른 체하고 오후에 막 도착한 ‘네게 행복을 줄게’ 책을 들고 포근한 침대로 들어왔다. 남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책장을 넘기니 책 속의 행복이 내게도 쏟아진다. 몇 장 채 읽기도 전에 엄마 등을 타고 못살게 구는 아이들에게 “무겁다. 저리 좀 가라.”고 밀쳐내기를 여러 번,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어느새 남편이 아이들을 치우고(?) 안마를 해준다. 그런 아빠를 보고 딸은 입을 삐죽거리며 "아빠, 엄마가 좋아 내가 좋아?" "당연히 엄마가 좋지." "아빠, 미워. 아빠한테 이제 뽀뽀 안 해 줄 거야."  팽 토라져서 뽀뽀를 무기로 아빠에게 협박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딸은 계속 묻는다. 결국은 “우리 딸도 엄마만큼 좋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엄마를 닮아 은근 집요하다. 아빠의 사랑도 확인한 딸은 "엄마 사랑해"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며 내 품으로 파고 든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의 유혹에 넘어가 책은 저만치 던져졌다. 그래,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하면서.^^

                                                                   

그 찰나 아홉 살 큰 아이는 엄마랑 자고 싶다면서 아빠보다 먼저 냉큼 엄마 옆으로 돌진한다. 남편은 “엄마 옆은 아빠 자리다, 넘보지 마라. 어서 네 방으로 가거라” 아들에게 엄포를 놓는다.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의 쟁탈전이 시작된다. 아이가 독립을 한지 꽤 되었는데 자꾸 엄마 옆을 탐한다. 그것도 아주 간절히! 아빠를 밀어내고 아빠에게 자기 방으로 가고 자신이 엄마랑 자겠단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점점 뼈마디가 굵어져서 사내가 되어가는 아들보다는 익숙한 대로 너른 품을 가진 남편이랑 자는 게 편하다. 녀석의 잠버릇 중에 엄마 머리칼 만지기가 귀찮기도 하다. 아이가 젖을 떼고 생긴 버릇인데 내 머리칼을 버스 손잡이 잡듯 잡고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에 비해서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머리를 만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6살까지 도 닦는 심정으로 꾹 참았다. 여섯 살 무렵 끊었는데도 가끔 엄마 머리칼을 잡고 싶어한다. 그러니 더욱 아들의 독립을 바랄밖에.

 

고민 끝에 일주일에 한 두 번만 엄마랑 자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아이는 주말 대신에 오늘 당장 엄마 옆에서 자는 찬스를 쓰겠다고 떼를 쓴다. 이런 날, 힘들다. 난감하다. 내 의지력이 가장 바닥난 때에 떼를 부리면 받아주기가 힘들다. 피곤하고 졸려서 어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말썽이다. 엄마랑 자겠다는 아이를 결국 자기 방으로 보내고 작은 아이 때문에 남편을 대신 보냈다. 아이 마음을 풀어주고 재워주라고. 그렇게 보내놓고 나니 내 마음도 편하지가 않다. ‘냉정하게 보내지 말고 한번쯤 그냥 받아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다음날 미안한 마음에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 ‘오늘 밤은 어떻게 할까. 아이를 밀쳐낸 미안한 마음을 오늘 밤은 보상 해줄까.’ ‘그러다가 아이가 계속 엄마랑 자겠다고 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은 없다. 계속 그럴 리는 없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홉 살이 된 아들도 엄마 품이 그리울 뿐이다. 녀석은 자기 방에서 혼자 잘 때 외롭단다. 다만 엄마가 그 모든 것을 받아주기엔 에너지가 부족할 뿐이다.

 

결국 남편이 바닥으로 쫓겨나고 난 남매 틈에 끼었다. 바닥에서 남편은 물으나 마나한 질문을 던진다. “너희들은 엄마가 왜 그렇게 좋으냐?” 큰 아이는 “당연히 엄마니까 좋지.” 작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목을 껴안으며 좋아 죽는다. 당분간은 엄마 옆자리를 전세 낸 상태라 ‘가진 자의 여유로움’이다. 나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아이를 끌어안은 채 “사실은 말이지. 수리 수리, 마수리 엄마만 좋아해라 얍! 마술을 걸었어. 비밀인데 엄마가 너희들에게 엄마만 좋아하라고 약을 먹인 거야.” 푸 하하하. 그랬더니만 딸은 그런다. “맞아, 엄마. 쭈쭈약” “오~~~ 쭈쭈약?” “하긴 너희들이 엄마 쭈쭈를 일년 동안 먹었잖아. 그래서 엄마를 좋아하게 된 거구나. 맞네 맞네. 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기특한 생각을 해낸 딸을 꼬옥 껴안아 입맞춤을 해주었다.

 

‘쭈쭈약의 위력’으로 엄마를 그토록 좋아하는 거였구나. 하긴 엄마는 밥 하면서도 주문을 걸거든. “엄마만 좋아해라. 엄마만 사랑해라. 엄마의 공을 잊으면 절대 안 된다.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남매 틈바구니에서 행복이 별처럼 쏟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