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나 런던만큼 화려하다던 베를린은 예술의 도시라 불리는 만큼 거대하고 생기가 넘쳤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후 그리고 현재까지의 역사를 보존한 독일의 주도(Hauptstad)다. 메르켈과 340만 명의 인구가 산다. 쉽게 당 떨어지고 더위에 지쳐서 쉬엄쉬엄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천천히 베를린을 즐겼다.
일어나자마자 커텐을 제치니 눈도 못 뜨게 뜨거운 햇살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호텔에서 뒹굴거리다가 이러면 안돼지 싶어서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투어 버스에 몸을 실었다. 투어 버스 이틀째엔 브란덴부르크에서 내렸다. 늦게 나온만큼 햇살은 더 뜨겁고 사람이 넘치는 관광지 말고 연두빛이 뚝뚝 떨어지는 곳으로 발길이 자동으로 향했다. 벤치든 잔디 위든 그림 속 한 장면처럼 사랑스런 풍경이 나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어딘가 보니 티어가텐이다. 그늘진 벤치에 누워 쉬고 나니 남편이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에 시럽까지 넣어 배달해왔다. 한 숨 쉬니 살겠다.
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땡볕엔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베를린 몰에 갔다. 화려한 쇼핑몰과 빵빵한 에어컨으로 더위를 날렸다. 삼 일 베를린에서 묵으니 벌써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집이 제일 좋다는 그 뻔한 진리를 깨달으려고 여행이 그토록 하고 싶었나보다. 장거리 배낭 여행할만큼 남매는 자랐고 엄마는 기력이 딸린다. 한 숨이 푹푹 쉬어졌던 길고 긴 방학이 2주 남았다. 충전된 에너지로 2018년 하반기도 으싸으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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