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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이 책은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쉽고 간결하게 답한다. 굳이 '에세이'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라면 이미 아는 내용을 복습하기에도 좋다. 아니면 내가 잘 하고 있나? 돌아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디에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면 대부분 쓰는 습관을 체화해서 언제 어디서라도 글을 쓸 수 있게 ‘시동을 켜두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거다. 글감을 수시로 모으고 어떤 주제로 어떻게 글을 요리할지 자면서도 머리 속은 쉽게 잠들지 않는 경험이 있을 테고.

글쓰기의 절대적 진리인 '많이 읽고 많이 쓰기'에 더해 일기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를 염두해 둔 글을 쓰기 위해 도움이 될 팁이 많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은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엄연한 독자의 존재 여부로 갈린다. 에세이는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구구절절 나열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읽기 좋게 포장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생일 선물을 준비할 때 친구가 원하는 것을 같이 가서 고르는 과정을 모두 다 보여주는 게 일기라면 에세이는 생일 당사자가 기뻐할 모습을 떠올리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고르고 열어보는 즐거움까지 고려해 예쁘게 포장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문장 수집 생활>을 쓴 이유미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솔직함’이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 짓는 한 끗 차이라고 말한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 중 조회수가 높은 베스트는 놀랍게도 전부  '사적이고 구체적으로' 쓴 진솔한 글이다.

 

2018년 9월 5일

 

브런치 메인 화면에 소개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은 꾸준히 조회수가 쌓여 만 명 이상 읽은 글이다. 책에 나오는 16가지 성격을 모두 소개하기보다는 내게 도드라진 판단형과 감정형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감정의 폭염에 휩싸이는:사적이고)을 드러낸 것이 성격 유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JR같은 성격은 감정형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았을까.

 

좋은 에세이란 사적인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 있는 글입니다.(31쪽)”

일기 쓸 때는 굳이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느끼는 바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민낯 그대로 쓴다. 누가 보지 않을 테니까 그만큼 부담이 없다. 그에 비해 에세이는 어떤 사건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혹은 뭔가를 깨달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선을 가지고 ‘주장’하는 글은 글쓴이의 확신에 공감이 극대화된다.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문정의 에세이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개인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그녀만의 깨달음과 주장이 잘 녹아있다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의미를 발견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감동을 받는다. 일상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소재로 새로운 의미를 끌어냈을 때 감탄하는 이유다.

 

“내 글에 확신이 없을 때 ‘역시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하며 동굴에 들어가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그간 열심히 쌓은 감을 잃어가지요. 블로그든 SNS든 독립 출판이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오픈해보길 추천합니다.(300쪽)"

빠르게 소비되고 많은 이들이 보는 SNS에 글을 오픈하는 일이 여전히 꺼려지지만 그나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은 내게 고무적이다. 부담도 되지만 각 글에 대한 조회수, 글 랭킹이 한 눈에 보이니 반응을 모니터링하기에 좋다. 글쓰기에 위축되고 자신이 없을 때 동굴에 들어가기 보다는 뭐라도 시도해보려는 작은 노력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응이 좋으면 힘을 내서 다음 글을 계속 쓸 힘을 얻는다.

글에는 치유기능이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글로 풀어낼지를 고민하다 보면 그 사건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변화시켰는지를 깨달을 것이고. 또 이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피어나지요.(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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