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만큼 대단한 예술작품은 없다. 엄마들은 누구나 예술가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이라는 생애 최초의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엄마들은 왜 불안하고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일까?
작곡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유학까지 한 K씨, 아이를 낳고 6년의 공백기를 가지면서 자신감을 상실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던 K씨는 요즘 품앗이로 아이 친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작곡도 같이 가르치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즐겁단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두려움이 가득했던 고등학교 교사 L씨, 아이가 태어나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애만 낳으면 엄마가 다 키워 주신다며 걱정하지 말라던 친정엄마가 아이를 6개월 돌봐주신 시점에 팔목을 다치셔서 더 이상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시어머님께서 돌봐주셨는데 1년쯤 후에 암을 발견하시면서 아이를 더 이상 맡길 곳이 없었다. ‘여자인 나만 왜 아이를 전담해야 하나?’ 억울함과 경력 단절이 두려워 눈물이 핑 돌 때 아이를 목욕시키며 남편이 자신이 휴직을 내겠다는 말에 엄마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결국 엄마인 그녀가 휴직을 결심했다. 때 마침 듣게 된 마더 코칭 수업을 통해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엄마로서 그리고 스스로에게 용기가 생긴 요즘 감사하단다.
“선생님, 제가 이제 마흔인데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그 동안 아이를 잘 키운 것도 아니고 뭐라도 하려면 컴퓨터 자격증이 필요할 것 같아서 수강 신청을 해두었는데 그래도 계속 불안해요. 앞으로 전 뭘 하며 살면 좋을까요.”
전업맘을 선택하든 워킹맘을 선택하든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아니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고민과 불안은 늘 존재한다. 닥치고 3년 육아를 결심했던 내가 불안하고 자신감을 상실했던 원인을 꼽아보니 다음과 같다.
1)경력 단절
2)소속감의 부재
3)불투명한 미래 등
장기 경력 단절을 염려해 육아 이후에도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상담 공부를 해두었다. 아이와의 3년을 온전히 잘 보내기 위해 공부 중이던 학위도 무사히 마치는 시점으로 임신을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학위나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전업맘으로 보내는 시간이 덜 불안한 것은 아니다. 유산이 여러 번 되는 바람에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까지 하면 한 아이당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둘째 아이를 갖기 전에 어린이 집에서 엄마들을 대상으로 10회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돌리고 둘째 아이가 36개월이 될 때에 도서관 강의를 시작했으니 거의 8년에서 9년을 꼬박 양육으로 시간을 보냈다. 육아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아이 곁에 있어줄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다. 불안한 덕분에 더 많이 공부하고 내 꿈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3년의 시간을 아이에게 기꺼이 주고 그 시간을 잘 보낸 다면 내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면류관을 씌워줄 수 있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게 맡겨진 역할(의무)을 충실히 수행하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묻고 또 물었다.
불안은 하되 3년의 중요성을 의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웠더니 아이는 잘 자랐다. 아이만큼 솔직한 대상은 없다. 어딜 가나 사랑 받고 칭찬받는 아이가 되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읽은 책들 덕분에 서툴기만 했던 육아도 자신감이 생기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서서히 잠재워졌다. 두렵고 불안한 시간은 오롯이 내가 견뎌야 하는 몫이었다. 아이라는 존재를 통해 이타적인 삶을 경험하며 열정적으로 살았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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