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직 학생일 때 큰아이의 친구가 집에 놀러 온 날이에요. 덩치는 작지만 섬세하고 배려심 깊은 아이라 우리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겸비한 멋진 아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 친구가 놀다가 갑자기 너희 아빠 직업은 구하셨니? 걱정스럽게 묻는 걸 부엌에서 들었어요. 우리 아이는 아직은 학생이셔, 라고 답했고요. 학교에서 그 친구뿐 아니라 아이 친구들은 정든 아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에요. 한국에 돌아가는지 계속 독일에 머무는지 물을 때에요.
그 무렵에 남매와도 이야기했어요. 독일에 올 때 아빠는 2년간 독일에 살아도 된다는 학생 비자를 받았지만 학교를 마치고 18개월안에 취업을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독일에서 계속 살고 싶은 아이는 아빠에게 재차 묻어요. 아빠, 독일에서 직업 구할 자신은 있는 거죠? 당연하지. 남편도 자신에 차서 대답했어요. 친구들이 모두 너희 아빠는 꼭 독일에서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안심시키는 말까지 했다고 해서 웃기기도 하고 살짝 감동스러웠어요.
중국 대학의 한 교수님이 쓴 글을 읽었어요. 북경대와 청화대는 좋은 학교이지만 외국인에겐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고요.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아서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만 관리하기도 벅차서 못 따라오는 친구들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뿐더러 유학생을 순전히 외부에서 유입되는 돈으로 본다고요. 유럽의 대학처럼 배려와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여기서 말하는 '유럽의 대학'은 학비가 무료인 순수 독일 대학을 말하는 거겠지요.
독일 대학은 기본적으로 독일어가 안되면 입학할 수 없어요. 독일 전체적인 교육 과정이 이젠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데, 독일 교육이 좋다는 건 어쩌면 독일 사회에 최적화된 인재를 길러낸다는 점에서 좋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우스빌둥을 거치는 기술직이든 아비투어를 통과해 대학에 가든 말이죠. 독일어가 부족할 경우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 대학을 선택하는데 독일 사회에선 얼마나 인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의 대학처럼 유학생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아이의 바램대로 남편의 자신감에 비교해 전 반신반의했는데 남편이 졸업 논문을 쓰기도 전에 취업해서 기적이라 생각했어요. 첫 회사는 운 좋게도 독일에서 가장 근무하기 좋은 회사 1위라는 평을 받은 곳이라 엄청 기뻐했고요. 한국에서 10년간 외국 기업에서 물류 관련 일을 한 것과 그 이후 HR에서 10년간 일한 경력을 높이 샀어요. 경험과 능력을 중시하는 독일 회사지만 100% 독일어를 구사해야는 곳에선 쉽지 않았어요. 남편은 2년간 독일 거주를 생각하면 독일어를 잘하는 편이지만 업무를 보기엔 어려웠어요.
지금 두 번째로 다니는 회사는 독일에 있는 외국 기업이에요. 독일어도 물론 필요하지만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니 일하기는 훨씬 낫고요. ProbeZeit(실험 기간) 6개월을 버티는 게 관건인 거 같아요. 그 기간에는 회사가 고용인을 해고해도 법적으로 보장된 기간이에요. 취업만 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 너머 산이에요. 독일도 취업이 쉽지 않은데 취업이 된 것만으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은 미리 걱정하진 않으려고요. 장애물은 늘 내 앞에 와야 건널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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