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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김나지움 (5 ~ 12학년)

자발적 목표 설정과 격려

 

크리스마스 전까지 일주일에 한두 과목씩 시험을 본 5학년 1학기 점수가 1월 초부터 나오더니 시험지를 집에 가져와서 확인을 하고 사인을 했다. 1월 말 이틀의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날 성적표가 나올 거다. 새로운 학교에서 보는 첫 시험인 만큼 엄마인 나도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겠노라고 글도 썼다. 그만큼 아이의 시험 전날은 무슨 시험을 보는지 점검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왔다. 예를 들면 영어 시험은 독일어와 영어 철자의 헷갈리는 부분을 짚어주고 단어 쪽지 시험도 보면서 암기를 도왔다. 아이는 엄마랑 같이 공부하니 좋다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한단다. 다른 과목은 특별히 도울 건 없어서 시험 범위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자만하지 말고 공부하기를 권했다. 아이는 최소 시험 전(생물만 빼고)날은 기특하게도 친구 약속은 잡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지만.

 

시험이 시작되고 각 과목의 예상 Note를 적고 적중하면 엄마가 보상을 주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만 아이는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했다. 과목당 자신이 가능한 예상 노트를 적는데, 단 엄마인 내가 관여해서 높은 점수를 강요하면 안 된다. 자발적인 목표를 적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예상 점수는 자신이 가장 잘 알 테니까. 참고할 것은 지난 번 점수를 떠올리면 된다. 처음 배운 과목은 자신감을 고려해서 적고. 예를 들면 독일어와 수학은 초등학교에서 점수를 고려해서 적었다. 독일어 시험은 노트 1을 받는 일은 독일 친구도 쉽지 않다. 반에서 제일 잘 받은 친구가 노트 2. 아이는 2 등급을 적었는데 아쉽게도 3이다.  

 

성적을 다 받고 보니 자신이 예상한 점수와 대부분 일치했다. 보상은 10유로, 물론 약소하다. 그렇지만 시험을 잘 봤다고 보상하는 걸 썩 내켜 하지 않기에. 이 정도도 나로서는 선심이다. 알고 보니 학기가 시작하면서 반 선생님과도 한 명씩 면담했는데 선생님과 함께 정한 목표도 있단다. 최대 3개까지의 목표를 세울 수 있는데, 아이는 첫째는 독일어 맞춤법 둘째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 라고 정했단다. 선생님도 말씀해주신 부분인데 발표하기 전에 성급하게 손을 들거나 말하기에 그 전에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 동의해서 그렇게 정했단다.

 

학기가 지나고 돌아봤을 때 어느 정도 고쳐진 부분도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상기하기에 도움이 될 테니까. 새로운 학기 목표를 다시 정했는데, 독일어 맞춤법은 장기 계획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는 독일어 성적을 Note 3에서 2로 올리는 것이고 셋째는 선생님께서 수업 집중력이 좋은 편이지만 자주 흐트러지는 것을 아시고 끝까지 더 집중력을 키우면 좋겠단다. 선생님과 함께 아이의 학습 태도와 시험 성적 전반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하는 게 마음에 든다. 아이와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지켜보는 선생이 있고 잘 되는 부분은 지지 받고 부족한 부분은 인식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 말이다.

 

아이의 최종 성적은 시험으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수업 참여도와 태도가 60%를 차지하는 건 아주 바람직하다. 태도가 좋은 아이는 대부분 성적도 좋을 테니까. 반대로 말하면 시험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테고.   

 

엄마인 나도 독일어 수업에서 우정테마를 공부하고 백지에 내 친구를 소개하는 테스트가 있었다. 독일어로 한 페이지 적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선생은 첨삭을 해주면서 이렇게 적어주었다. 유진, 사실 너는 더 잘 할 수 있어! 독일어로 좀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길 바랄께. 라고. 과거 내 독일어 실력을 아는 선생이 향상된 지점을 발견해주고 너 더 잘 할 수 있어, 라고 응원해주는 피드백이라 반가웠다. 미카엘도 독일어가 어렵다고 한숨짓는 내게 너는 지금 바른 길로 잘 가고 있어, 라고 말해준 것처럼. 아이에게도 애정 어린 선생이 곁에 있어서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