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지음
'피터드러커와 톰 피터스와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영향력 있는 사상가의 글이 참 편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구본형 선생님의 롤 모델이기도 한 찰스 핸디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묻고 가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엘리자베스와 함께 사는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삶의 매 순간 고민하고 선택한 사건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통찰하는 모습은 닮고 싶다.
찰스 핸디가 말하는 포트폴리오 개념이란 대가를 받는 일(수수료를 받거나 임금을 받는 경우)과 대가와 무관한 일(봉사, 공부, 집안일)도 포함된다.
"프리랜서, 그러니까 독립 생활자가 되겠다는 겁니다. 전일제 직장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사는 사람 말입니다. 물론 집필을 중심에 두면서 말입니다."p205
핸디의 책 코끼리와 벼룩에선 이렇게 말한다.
"포트폴리오 생활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고용이 된 사람이다. 이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대타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어떤 게임을 하든 당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 늘 준비하면서 곧장 게임에 뛰어들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조직에 속하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1인 기업과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직을 떠나 자신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한동안은 수입이 없는 혹은 불규칙한 상태를 견뎌야 한다. 대신 자신의 시간을 저당 잡히지 않고 자유를 얻는다.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은 스스로 짊어진다. 불규칙한 수입 뿐 아니라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하는 세금 고지서들과 소속감의 부재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다.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아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될테고.
핸디는 옥스퍼드 인문학도다. "우선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3000자로 에세이를 제출하게"와 같은 문제를 내준 철학 교수를 만나 공부했다. 그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교육 형태는 그 이후, 핸디의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운 덕분에 두 문명의 역사와 철학도 공부했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조언' 대신 '왜'라는 질문을 더 많이 던지게 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초점을 '에우다모니아(가장 잘하는 것에 초점, 번영)'에 맞추게 했다. 옥스퍼드 인문학도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고 조리 있게 표현하고 자신의 추론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배운다. 고전학도이자 인문학도 답다.
“내 장례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와줄까? "
"내 삶과 일이 누구한테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인가?"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에우다우모니아’적 삶을 추구하고 있는가?”
철학적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며 삶을 철학한다. 사회 현상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대단한 사건에 대한 거창한 질문은 아니다. "우리 부부가 낯선 자에게 자식을 선뜻 맡기게 된 이유가 뭘까?" 일상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는 질문을 한다. 철학하는 삶이 무엇인지 핸디를 통해 배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찰스 핸디 스스로 만든 인생 학교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느낌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 생활에 집안일도 넣는 세심한 남자이다.
찰스 핸디는 집필을 중심에 두고 엘리자베스는 남편의 메니저이기도 하지만 사진 촬영을 즐긴다. 부부만의 공동 작업과 창의적인 작업을 위해 공간을 재배치한다. 경계선이 모호해지기 쉬운 부부관계에서도 철저히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꿈을 지지해준다. 결혼을 통해 새롭게 접하는 배우자의 원가족에 적응해 가는 일을 '낯선 타국에 가서 생활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영주권을 얻은 이방인'과 같은 표현은 끝내준다. '선택에 의해 주어지는 거주권'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와 닿는다. '문화적 충돌'은 당연하고. 배우자를 이해하기 위해 상대 배우자의 가족을 이해하는 일은 유전적인 면뿐 아니라 양육 환경을 알아가는 일이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는 찰스 핸디와 엘리자베스 같은 삶을 꿈꾼다. '가장 잘하는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살고 싶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꿈을 지지해주고 문화적 충돌을 이해하고 가족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부부라는 결속력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내 인생을 어떻게 포트폴리오 할 것인가. '집필'이 내 인생의 중심이 된다면 '계란 포장'도 마다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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