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7월 14일 마리타가 생일에 댄스 동호회에서 선물로 받았다는 흰색 장미가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것도 하얀 자태를 도도하게 드러내며. 마리타가 부엌 창으로 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딱 심었는데 처음으로 핀 장미를 보지 못하고 떠났다. 마리타 대신 매일 들여다보고 향을 맡으며 예쁘다 쓰다듬는다. 마리타가 봤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중얼거리면서.
클라우디아가 이름도 어려운 젤리를 직접 만들어서 선물로 주었다. 지난주 산책하면서 이걸 만드는 데 필요한 꽃을 같이 땄는데 그 꽃이 홀룬더(Holuder)다. 요거트나 빵에 빨라 먹으면 맛있다고 했는데 진짜 상큼하니 빵맛을 돋웠다. 잼보다는 훨씬 밀도가 낮고 흐물흐물한 게 젤리 농도다. 찾아보니 이 이름으로 된 차도 있다. 이맘때쯤 작은 흰색 꽃이 오밀조밀하게 한 송이를 이루고 꽃이 지면 신맛이 나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로 독일에선 꽤 유명한 모양이다. 흰 장미가 활짝 피고 하나 둘 꽃잎을 떨구면서 천천히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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