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식재료를 하나씩 먹는 중이다. 깻잎장아찌는 베를린에서 오자마자 몇 장 안 남은 걸 아쉬워하며 먹었다. 쑥절편은 당연히 언니 있을 때 다 먹었고. 오징어채를 고추장 양념으로 무치고 멸치를 볶았다. 팥을 삶고 갈아 진한 국물을 내고 밀가루를 밀어 팥칼국수를 만들었다. 남은 팥은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팥빙수를 만들었다. 팥을 은근한 불에 한 시간 정도 끓이다가 소금과 설탕을 넣어 팥알이 완전히 뭉개지기 전까지만 삶았더니 팥빙수에서 먹어본 단맛이 나는 팥소가 만들어졌다. 물론 콩가루는 없지만 우유를 얼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과일을 썰어 넣고 팥소를 얹으면 먹음직스러운 팥빙수 탄생이다. 유독 팥으로 만든 것들을 좋아하는 남편이 제일 좋아한다.
독일에선 아무리 찾아도 팥은 못 봤다. 그러니 한국에서 흔하고 익숙한 팥빵이 없다. 초콜릿이나 햄 넣은 크루아상이나 속에 잼이 들어있는 베를리너(던킨도넛에서 흔하게 보는)는 있지만. 당연히 팥죽과 팥빙수도 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남편 말대로 내가 그 어려운 걸 매번 해낸다. 어제 독일은 35도였고 오늘은 37도까지 오른다. 빙수 먹기에 제격인 날씨다. 팥빙수는 처음 맛 본 딸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팥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데 신기하게 맛있단다. 그러고 다시 보니 신기한 조합이긴 하다. 거기에 콩가루에 떡까지 올리면 정말 완벽할 텐데! 더위를 한 방에 몰아낼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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