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 슈바니비데(니더작센주)는 새 학기가 어제(광복절, 8월 15일)에 시작했다. 한국의 시간과 다른 시간대를 산다는 걸 휴일이 다를 때 더 확실하게 느낀다. 초등생 딸은 3학년이 되었고 김나지움인 아들은 6학년이다. 독일은 16개의 주마다 방학 시작일도 개학도 제2 외국어 선택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다른 주로 이사를 가게 되면 개인 과외가 필요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우리 동네만 생각하고 초등학교는 4년간 같은 담임인 줄 알았는데 바이에른 주엔 2년마다 바뀐다고 하니 확실히 주마다 차이가 난다. 6학년 아들도 5, 6학년은 같은 담임 같은 반이고 7학년부터 나뉜다.
다른 때와 달리 분주하진 않았다. 방학하면서 새 학기에 필요한 용품 리스트와 사야 할 교과서 리스트를 받아오는데 3년째인 만큼 쉽게 했다. 교과서는 동네 서점에서 미리 주문을 해서 사두었고. 학용품 중에 없는 것들은 딸이 체크를 하고 필요한 것만 새로 샀다. 가장 많이 사용한 독일어(빨강)와 수학(파랑) 파일이 닳아서 구입한 것 외엔 없다. 하루 전날 새책과 물품들에 3a Jaein이라고만 열심히 써주었다. 3학년에 영어를 배우는데 오빠가 쓰던 교과서를 챙겨주었다. 워크북은 열심히 지워서 가져갔고. 개학 당일날은 짐이 꽤 무거워서 학교까지 데려다주었고. 김나지움도 교과서를 직접 사거나 학교에서 빌리는 걸 선택할 수 있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빌렸다. 제2 외국어로 불어와 스페인중 스페인을 선택했는데 6학년부턴 전자수첩이 필요해서 주문을 뒤늦게 했고.
개학 첫날 학교에 다녀온 딸은 크게 달라진 느낌이 없단다. 아이들도 담임도 그대로라 그런가. 자기 느낌엔 몸은 여전히 2학년 같은데 3학년이라니 이상한 모양이다. 그랬던 딸이 오늘 혼자 집에 있어보더니 마음은 확실히 큰 것 같단다. 엄마랑 오빠가 장을 보러 가기로 하고 혼자 집에 남은 딸이 보던 영화가 멈춰서 당황했는데 혼자 주문을 외웠단다. 난 이제 3학년이니까, 당황하지 말자고. 그랬더니만 진정이 되었단다. 다른 거라도 더 볼까 고민했는데 엄마한테 허락받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책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엄마가 금방 왔다고. 자기 생각에 3학년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조금은 큰 느낌이란다. 아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유독 더 큰 거 같다. 내가 보기엔 키도 몸무게도 방학동안 엄청 크고 늘었을 뿐 아니라 딸의 마음이 자랐다. 이렇게 기특한 말을 할 줄도 아는 걸 보니. 좀 더 지혜로워진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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