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넷 중 유독 요리 잘하는 사람은 둘째 언니다. 아무리 잘하는 음식점에 가도 언니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요리 실력 출중한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젠 알겠다. 게다가 언니는 요리하는 걸 무척이나 즐긴다. 덕분에 자매 모임에서도 주로 언니가 요리를 담당한다. 그런 언니가 지금은 산모 도우미로 활약 중인데 일하는 곳에서도 인정받는 모양이다. 하는 음식마다 맛있다고 좋아하니 요리하는 언니는 뿌듯하고 잘 먹어주면 그렇게 좋단다. 그런 언니가 참 신기했다. 집에서 손님 치르는 것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고 음식을 뚝딱해내는 모습들이. 일 야무지게 잘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어딜 가나 일복이 많다. 동생 집 가도 뭐라도 하나 더 만들어 먹일 욕심으로 바쁘다. 딱 엄마 마음이다.
한국에서 난 그나마 집밥 선호자였다. 못하고 서툴러도 내 새끼 먹는 건 웬만하면 만들어 먹였다. 한살림을 이용하고 제철 음식을 그때그때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누렸다. 사계절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그래도 언니가 넷이나 있으니 공수해서 먹는 음식도 많았다. 손 큰 넷째 언니는 김장을 넉넉하게 해서 나누어주었고. 명절 때 선물 들어온 것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음식 재료들이 넘쳐서 소진이 안 되는 셋째 언니는 매번 집에 들러 챙겨 가라고 연락이 왔다. 둘째 언니는 생 김치 좋아하는 제부를 위해 일 년에 서너 번씩 집에 와서 열무김치나 물김치 파김치를 직접 담가 주었다. 그땐 몰랐다. 언니들의 손길이 그렇게 고마운 일이었다는 걸. 막내 동생이니 유일하게 혜택을 받은 거였다. 오누이도 각 이모 별 음식과 얽힌 추억이 있을 정도로 우리 집 얘들은 각별히 챙겼다. 그런 혜택이 독일 살면서 전무해졌다.
둘째 언니가 자주 하던 말, 내가 한 음식이 제일 맛있다. 뭐든 직접 해 먹는 걸 따라올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제야 조금씩 실감한다. 짜장면 한 그릇 배달해 먹지 못하는 곳에 사니 느는 건 절로 요리 실력이다. 외식해도 햄버거에 피자 혹은 터키식 되너 그나마 우리 입맛에 맞는 건 초밥집이고 밖에서 먹을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으니 뭘 먹어도 그저 그렇다. 한 가지 반찬이라도 뚝배기 가득 된장 풀고 호박 감자 두부 썰어 넣고 끓이는 된장찌개 하나에 뜨거운 밥 한 그릇 먹는 게 최고다. 내 손으로 직접 해 먹는 게 제일이다. 이젠 먹고 싶은 건 뭐든 내 손으로 해 먹는 게 이력이 붙었다.
팥을 삶아 팥물을 내리고 밀가루 반죽도 직접 밀어 면을 만들어 팥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배추 두 포기를 사다가 쓱쓱 잘라 겉절이 담그는 건 일도 아니다. 닭 안심을 사다가 힘줄을 빼고 전분과 밀가루에 버무려 순살 백 프로 허니 버터 치킨도 튀겨 먹는다. 9월 달에만 살구잼과 무화과 잼을 도합 세 번에 걸쳐 만들었고 무화과 스콘도 일주일에 한 번은 구웠다. 지난 주말엔 김치찜과 유부 초밥에 떡 꼬치를 해 먹었고. 여전히 한 번에 여러 개의 요리를 뚝딱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 먹고 싶은 건 해 먹는다. 독일 살면서 늘은 게 겨우 요리 실력이란 게 씁쓸하지만 이거라도 늘어서 다행이다 싶다. 첫해엔 매끼를 해 먹어야 하는 저주에 걸린 것에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 점점 받아들이고 적응해서 당연하다는 듯 열심히 요리를 한다. 직접 해 먹는 게 가장 믿을 만하고 건강하다는 의미까지 부여하면서. 오누이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한 건 다 내가 잘 먹여서 그런 거라며 잔뜩 생색내면서.대신 독일은 식기 세척기의 일상화로 설거지할 일 없으니 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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