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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보통날

플레이스테이션과 우리 형편에

아들, 축구할 입을 티셔츠 하나 샀어.” “ 필요 없는데 뭐하러 그런데 돈을 써요?” “(갑자기 뻘쭘 해져서), 엄청 싸서.” 얼만 대요?” 원래는 16유로인데 할인해서 5유로. 완전 싸지. 운동할 땀도 흡수되고 좋을 같아서.” 남편이 오랜만에 월급을 받은 8 , 오누이만 남겨 두고 쇼핑하러 나간 아들하고 통화한 내용이다. 쓰는 맛의 사치를 부렸다. 그래 봤자, 아울렛 매장에서 얘들 저렴한 티셔츠 벌이랑 출근하는 남편 와이셔츠 그리고 신발 하나를 골랐다. 솔직히 사도 사는 지장 없는 것들이다. 쇼핑할 경제적 여유도 없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물건 고르는 일이 나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라서 그렇다. 책을 고르는 쉬운데 외의 것들은 여간 힘든 아니다

 

큰아이가 '토고'라고 새로 사귄 친구가 집에 놀러 날이다여름 방학 전에 집에 초대받아서 점심도 먹고 하루 놀고 왔길래 우리 집에도 초대해서 점심도 같이 먹고 놀라고 했다학교 끝나고 바로 와서 5시간 집에 있었는데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나갔다 시간을 제하면 4시간 이상을 핸드폰 게임만 한다친구가 돌아간 다음에 너무 심한 아니냐고 다른 것도 하고 밖에서 놀고 그러지 그렇게 게임만 하냐니까우리 집엔 플레이 스테이션이 없어서 그렇단다그것도 결국 게임기인데 엄마의 질문에 동문서답이다친구가 너는 없냐고 묻는데 딱히 말이 없어서 난감했다면서자긴 필요성을 느껴서 거라고 둘러댔는데 마음은 좋지 않은 모양이다너도 갖고 싶으냐니까 자기도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우리 형편에 비싼 게임기를 갖는 그렇단다. 

 

아이 입에서 우리 형편이라는 말이 나오니 기분이 묘했다. 그깟 게임기 하나 때문에 아이 자존심이 상하게 아닌가 싶어서. 남편하고 전후 사정을 얘기한  결론은 우리가 형편이 좋더라도 플레이스테이션(뭔가 싶어서 검색해보니 게임이 계속 사람을 죽인다) 사줄 거라는 거다. 차라리 핸드폰을 사양 좋은 걸로 바꿔주던가 차후엔 데스크탑으로 게임을 있게 해주는 나을 같다면서. 어차피 게임을 한다면 작은 화면보다는 넓은 화면에서 하는 시력엔 나을 테니까. 게다가 주구장창 게임만 이유는 정원에 다른 집처럼 축구 골대도 없으니 축구도 못한단다. 무슨 그런 말도 되는 핑계를. 마음만 있으면 의지만 있으면 축구 골대 없어도 충분히 다른 거리는 넘친다.  어릴 적엔 어떻게든 가지고도 놀더니만 기기 맛에 중독된 이후엔 다른 시시한 모양이다. 

 

딸이 여름방학 일기에서 “베를린에서 생선을 먹었는데 90유로나 나왔다고 엄마아빠가 계속 이야기했다.”  이런 대목이 가시처럼 목에 걸린다가난한 부모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궁색한 부모로 살고 있다물론 기가 죽거나 비참한 아니다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대로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과정에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론 점점 나아지겠지. 아니면 나빠지지만 않기를

 

며칠 남편은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니까 사고 싶은 사면서 쓰면서 풀란다이건 무슨 소리? “내가 쓴다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이야?" 남편은 바로 “하긴 그렇지그런 사람이었으면 나랑 살았겠지.” 푸하하 그건 그렇지나란 사람이 물질로 채워지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물론 이런 생각은  계속 든다나는 부자였던 적이 없었을까 계속 가난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는가. 

 

돈은 이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https://betterthanbefore.tistory.com/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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