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Termin)이 일상인 곳에 살다 보니 이젠 6개월 뒤에 약속 잡는 일이 오히려 편하다. 생각보다 6개월도 빨리 흐른다는 걸 순차적으로 다가오는 약속을 보면서 체감된다. 10월 말 치과에서 치석 제거하면서 발견된 충치를 치료하고 6개월 후인 내년 5월 약속도 미리 잡았다. 그래야 잊지 않고 점검 및 관리가 가능하다. 안과 진료도 마찬가지. 작년 이맘때 안경을 새로 맞추려고 그전에 안과 진료를 꼭 봐야 하는 줄 알고 급하게 약속을 잡으려니 4개월 뒤에나 가능하단다. 이상하게 독일은 안과 진료 보는 게 힘들다.
안경 맞출 때 도수 측정은 안경점에서 가능하니 꼭 안과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치아는 6개월에 한 번, 눈은 12개월에 한 번씩이니 좀 낫다. 비용을 따로 지불하는 것도 아니니 검사해서 나쁠 건 없다. 물론 다달이 일정 금액의 보험료에 이 모든 진료비 포함이다. 작년 12월에 안과 진료를 보고 잡아 둔 약속이 바로 어제다. 작년에 약속일을 받아오면서도 설마 가겠어, 싶었는데 일 년도 이렇게나 빨리 흐른다. 남편과 함께였는데 여의치 않아서 안경 끼는 아들을 데려갔다. 힘들게 잡은 약속이니.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긴 하지만 일 년 후 계획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이렇게 띄엄띄엄 잡아둔 일정 중심으로 다른 계획을 세우면 된다.
난 신체 기관 중 눈이 제일 피로하다. 노안으로 침침하고 열이 눈으로 올라 자주 찡그린다. 특히나 건조함이 심한데 어제 진료에서도 의사가 언급했다. 눈물약 샘플을 챙겨주면서 아침저녁으로 눈 마사지하는 게 좋겠다고. 방법은 따뜻한 물에 화장솜을 적셔서 눈두덩이 위에 얹어둔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두덩이를 눌러주듯 마사지한다. 눈 밑 쪽은 면봉으로 부드럽게 눌러준다. 이렇게 하면 눈물샘이 자극되나 보다. 만년필이 굳었을 때 미지근한 물을 휴지에 적셔서 촉에 대면 굳은 잉크가 풀어지듯이. 엊저녁과 아침에 해보니 눈이 훨씬 부드럽다.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보면 무심했던 신체에 각성하고 돌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