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와 두 시간 토킹 어바웃, 중간에 모르는 단어를 설명하느라 영어를 동원해야 했지만 대체적으로 독일어로 대화한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를 알게 된 지 올해로 2년째. 1년 차엔 당연히 영어로만 대화하다가 올초부터 독일어 대화를 시도했다. 영어 가능한 사람과 영어를 제쳐두고 독일어 서툰 사람이 독일어로 말하는 건 솔직히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집에서 모국어 두고 독일어 대화하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영어를 누르고 서툰 언어를 사용하는 건 상당한 에너지가 들지만 우리 둘 다 독일어의 중요성을 절감한 때부터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클라우디아도 나와 독일어로만 대화하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 친구는 특별히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깊다.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는 사람과의 대화는 그나마 낫다. 모국어도 마찬가지지만 친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 훨씬 잘하는 것처럼.
마침 클라우디아가 쉬는 수요일에 쇼팽과 독일어 수업이 없는 날이라 카페에서 만나 아침을 먹자고 내가 제안했다. 성탄 연휴 시작되기 전에 티타임. 집에 돌아오니 눈이 뻑뻑하다. 다른 날보다 집중력을 얼마나 요하던지. 하필 요즘 카페가 만석이라 엄청 시끄러워서 더. 연말이라 다들 약속이 많다. 다음날은 쇼팽이랑 같은 곳에서 만났다. 나의 독일어 개인 선생, 쇼팽과의 대화도 즐겁다. 교재 없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발전이다. 쇼팽은 내 독일어를 칭찬했지만 실은 며칠 전 좀 우울했다. 와플 구우러 딸 반에 갔을 때 잘 모르는 엄마랑 이야기하려니 독일어가 왜 그렇게 꼬이는지. 날 배려해서 영어로 묻는데 영어와 독일어가 섞여서 아주 우스꽝스럽다. 이런 카오스도 없다. 외국인에 대한 배려 전혀 없는 낯선 사람과는 여전히 독일어가 어렵다.
외국어도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 독일어를 얻은 만큼 영어 손실이다. 당연히 독일어 익히는 동안 영어를 최대한 자제했을 뿐 아니라 영어에 신경 쓸 여력도 없다. 나만 그런 건 아니라니 천만다행. 모국어는 잃을 염려가 없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쇼팽도 말해줘서 안심이다. 한 번 습득한 언어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겠지. 아무튼 지금은 영어를 잃더라도 독일어를 잘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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