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는 2학기 시작 전 월, 화 이틀간 방학하고 어제부터 다시 등교다. 딸은 학교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혼자 걸어 다니기엔 좀 긴 거리다. 하긴 1, 2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도 그 어두운 새벽에 형광조끼 입거나 자기 몸의 반은 돼 보이는 가방에 불빛 달고 친구랑 만나서 걸어가는 걸 보면 아이들이 꽤 독립적으로 보인다. 같이 다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아는 알고 보니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다. 작년에 친하게 된 친구, Gia.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친하게 되었다. 한동안은 필통까지 바꿔 쓰면서 지아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림 그리고 만들기 등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사부작사부작 잘 논다. 딸의 2019년 뉴스 중 하나가 친한 여자 친구(에밀리와 지아)가 생겨서 서로의 집에서 놀게 된 건데 그중 한 명이다. 에밀리와 놀 때는 집이 무너질 것 같이 와일드 하게 놀고.
아이들도 마음이 통하면 서로 놀고 싶어 안달이다. 그럴 때 약속도 잡게 되고. 난 아주 적극적인 엄마는 못되니 아이가 누구랑 놀고 싶다고 해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연락이 오면 호응하는 정도. 제일 편한 건 아이들끼리 약속을 잡는 거. 이 정도 나이엔 좀 애매하다. 부모 허락도 받아야 될 뿐 아니라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왓츠앱을 이용해서 엄마도 소통을 해야한다. 다행히 학교에서 와플 굽는 날, 지아 엄마를 만나서 약속을 잡았다. 같이 만나서 놀자고. 지아네 집에서 먼저 놀기로 한 날, 데리러 갔더니만 엄마가 둘이 너무 잘 논다고 좋아한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싶을 만큼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사는 줄 몰랐다면서 아침에 만나서 학교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더니 지아 엄마도 흔쾌히 좋아한다. 나에겐 딸이 막내고 지아는 외동이라 그런지 엄마가 지금껏 데려다주고 데리러 간 모양이다. 겨울엔 너무 어두워서 우리가 하루씩 번갈아가며 학교에 데려다줬다. 하루씩 데려다주는 것도 훨씬 수월했는데 이번 주부터는 날이 많이 밝아졌다. 그래서 둘이 같이 가는 걸로. 7시 35분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데려다주고 헤어지는데 지아 엄마는 나보다 더 애틋해한다. 학교만 혼자 아니 친구랑 등교해도 다 큰 거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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