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아이를 키우면서) 언니(개인으로서)의 꿈은 어떻게 해요?”
“아이가 있다고 꿈을 꾸지 않는 건 아냐.
그건 <바람직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꿈을 꾸면서
날마다 한 겹씩 새로 자라난 꿈을 지워
(중략)
내 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가정의 꿈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해
그래서 내 꿈의 사이즈를 조절하지
점점 내 꿈이 자라길 바라지 않아
그래서 새로 자란 한 겹을 다시 지우는 거야.
막 쏟아지는 문장이 허공에 흩어지는 걸 보면서도 접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야.
그건 꼭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아냐>
엄마와 아내로서 내가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부분이 없으면
가정의 큰 틀은 물렁물렁 와해될 것이고.
그러면 나는 꿈조차 꿀 수 없게 될 테니까”
아들 중빈이 아주 어릴 적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작가 오소희도 한 아이의 엄마다. 그녀에게 한 엄마가 “언니는(아이를 키우면서) 언니(개인으로서)의 꿈은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에 답 해준 글을 그녀의 블로그에서 읽었다. 엄마가 되어 꿈을 놓치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다. 매 순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해 놓치지 않고 살고픈 내게 위의 글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베이스 캠프가 되어주는 가정을 잘 지키고 그 안에서 내 꿈도 조금씩 자라나길 바란다.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고 난 이후, 내 꿈에 시간을 주기 위해 매일 조금씩 일을 한다. 집을 벗어나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다.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임박해서 ‘막 쏟아지는 문장이 허공에 흩어지는 걸’ 보는 게 아쉽지만 접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 내 일을 마치고 아이를 맞는 일이 엄마인 내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돌아온 오후 시간엔 아이와 듬뿍 시간을 주기 위해 오전 시간에 더욱 몰입한다.
의무감이 강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어렵다. 어린 아이를 누군가에게 믿고 맡기기 힘든 사람이다. 그런 나를 알기에 외출할 명목을 만든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감행한다. 외출을 준비하며 행복해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드디어 ‘탈옥’하냐고 놀린다. 아이가 나 없이도 몇 시간이고 버틸 무렵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남편에게 아이를 처음으로 맡기고 자유의 공기를 마신 날,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몇 십년 동안 조금씩 굴을 파서 감옥을 빠져 나와 빗속에서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환호를 지르던 주인공처럼 하늘을 보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입이 헤 벌어졌다. 자유가 왜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인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자유의 공기를 실컷 마시고 돌아온 날은 가족이 그토록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어떤 날은 행복감도 잠시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두 돌이 막 지난 딸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외출한 날 밤에 하필이면 아이가 심한 기침으로 토를 했다. 아이는 신기하다. 멀쩡하게 잘 있다가도 내가 외출한 날이면 영락없이 아프다. 내가 외출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플 타이밍 일 텐데 꼭 그날이 겹친다. 어렵게 외출을 감행한 날은 종종 아이가 아팠다. 그 순간엔 내게 아이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텐데 다른 일을 도모했다는 것에 심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심하게는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랬나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죄책감이 몰려올수록 엄마 사람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커졌다. 아이와 내 꿈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알게 모르게 번뇌한 날들이다.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내 꿈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끊임없이 묻는 질문들이다.
한 달에 한번 글쓰기 수업을 위해 탈옥했다 귀가한 어느 날, 역에 내렸는데 눈이 펄펄 내렸다. 배는 고프고 몸은 피곤하니 마음이 쉽게 울적해졌다. 집 앞 정류장에 내리니 길 건너편에서 남편이 우산을 쓰고 내게 걸어온다. 딸은 유모차 안에서 망토를 두른 채 눈꽃을 맞으며 얼굴만 빼꼼이 내밀고 엄마를 부른다. 눈 맞을까 봐 걱정하며 날 마중 나온 남편과 엄마를 보고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 덕에 울적한 마음이 금새 날아가버렸다. 감옥이라 생각하며 탈출했는데 다시 자발적으로 다시 찾아온 곳, 내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곳이 바로 가족이다. 탈옥 해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집에서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 남편은 엄마의 존재감을 더욱 크게 절감한다. 가끔씩 탈옥을 해보니 집이 더 이상 감옥이 아니다. 자유의 공기를 맛보면 엄마는 더 많이 행복해진다. 행복해진 엄마는 다시 가족의 꿈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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