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님은 미운 사람을 작품 속 악인의 이름으로 쓰면서 소심한 복수를 하신다는데 나도 어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서 버스를 탔는데 평상시와 다른 요금을 달란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그런가 보다 하고 달라는 대로 줬다. 버스 노선을 검색해서 가격을 봤는데 아니다. 3.45유로라는 티켓 값이 어떻게 나온 건가 추측해보니 내가 탄 복혼 보다 전에 탔을 때 나올 금액이었다. 잘못된 점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어가 서툴다고 넘어가면 자존심에 스크래치 생길 것 같아서 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내가 내리는 곳이 그 차의 종점이라 버스의 출발 시간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결론은 티켓 뽑는 기계가 하는 대로 했을 뿐이란다. 게다가 자기는 일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라면서. 우린 서로 유감이라면서 차액은 돌려주기 어렵단다. 기사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할 수 없지만 말은 하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서툴러도 말하기. 일단은 그걸로 만족이다. 대신 돌아오면서 내가 가면서 더 낸 금액만큼 한 정거장을 더 왔다. 나름대로 소심한 복수를 한 셈. 운 나쁘게 걸리면 벌금 60유로 내야는 걸 알면서도 괜히 엄한 곳에 복수했다. 하고 보니 위험한 복수. 아무려면 어때. 혼자 통쾌하다.
'웃음꽃유진 > 오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치약] 아요나(Ajona)보다 엘멕스(Elmex) (1) | 2020.02.16 |
---|---|
크리스토퍼가 고쳐준 자전거 (0) | 2020.02.13 |
핸드폰에서 카카오톡을 지웠다 (0) | 2020.01.21 |
남매와 함께 한국사 공부 (2) | 2019.11.19 |
누구탓도 아닌 내탓 (0) | 2019.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