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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생일이면 꼭 만나는 친구

 

 

"당신은 독일 유치원 선생 하고도 친구하고 역시, 위버멘쉬야" 피트가랑 내 생일이라고 만나고 들어온 날 남편이 그런다. 피트가는 유치원 선생은 아니다. 유치원 원장 바로 밑에 있는 정확히 직함은 모르겠지만 반을 맡지는 않고 선생과 학생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총무쯤 되려나. 원래 유치원 선생이었는데 진급했다. 선생일 때보다 30유로 정도 월급은 올랐다고. 일부러 친구가 되려고 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다.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사람이라 자주 소통을 하다 보니 친해졌다.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내 아이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던 친절한 사람.  

 

딸이 일년간 다닌 유치원을 졸업할 때 가나다라가 적힌 에코백을 선물했다. 헤어짐을 서로 아쉬워했고 메일 주소를 주고받았지만 연락은 하지 않았다.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가끔 만나면 언제 한번 만나자고 예의상 말했는데 정말 만나게 되면서 지금껏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는 관계다. 그뿐 아니라 처음 일 년은 매주 한 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엄청 했다. 그것도 서툰 영어로. 독일어도 아닌 한국어도 아닌 언어로 서로의 스토리를 풀어내면서도 이야기가 통한다는 걸 서로 신기해했다.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다. 나도 이번엔 피트가가 그랬던 것처럼 경청했다.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이 안정된 지금 나의 관심은 이사다. 피트 가는 장성한 아이들이 아픈 거.    

 

친구 사이에선 생일은 꼭 챙기는 독일에 산다. 나와 생일이 하루 차이인 클라우디아와 생일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작년에도 올해도 클라우디아는 크리스토퍼와 생일에 Gran Canaria로 2주간 여행을 갔다. 일 년에 휴가를 30일 쓸 수 있는데 올해 첫 휴가를 20도를 웃도는 스페인 근처 섬에서 보낸다. 남편도 올여름 휴가는 3주를 냈다. 설마 휴가를 2주 이상 쓰는 게 꿈만 같지만 사실이다. 나보다 생일이 하루 먼저인 클라우디아에게 작년엔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데 바로 내 생일에 메시지가 왔다. 카나리아의 노을 사진과 함께.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생일 카드와 작은 선물도 잊지 않았고. 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서 미안했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는 잊지 않고 생일 축하 문자를 보냈다.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와서 선물을 안기는 피트가와는 미리 카페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선물을 받으면 차와 케이크를 대접하는 게 예의 같아서. 11월이 생일인 피트가는 작년엔 생일이 토요일이라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낯선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서 나는 아무래도 따로 만나자고 했더니만 남편과 같이 초대해서 상을 두 번이나 차렸다. 그냥 생일날 가는 게 나을 뻔했다. 여름에 이사 가는 걸 알고 Kino(영화관) 굿 샤인(상품권)을 선물했다. 마음에 드는 영화가 개봉하면 같이 보자고.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만난다. 개인적인 일이 많아 여유 없는 피트가를 생일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 한 시간 가량 그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나눴다. 여전히 어설프지만 생일이라고 독일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빵 먹으며 독일어로 이야기하고 있으면 진짜 내가 독일에 살고 있구나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