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본 것은 <살인의 추억>이 전부다. <기생충>이 두 번째였는데 역시나 봉테일의 영화는 내 취향은 아니다. 여러 부분에서 불편하다. 영화를 본 날 짧게 써둔 메모는 이렇다. "제목부터가 혐오스럽고. 내용은 어찌나 무섭던지 영화를 본 날 악몽에 시달리고 잠을 설칠 정도로 힘들었다. 영화 속에서 그려 낸 계급의 가장 밑의 하층, 가난한 자는 도덕성이 없다는 건가. 악인의 축에 세워 철저하게 '기생충'스럽게 그려둔 지하인은 인간에 대한 모멸감이요. 충격 그 자체였다." 불편한 이유가 뭘까 오래 고민했는데 이동진의 영화 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현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사회적 의미'를 숙고하는 일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기생충>의 전반부에서 약자로 보이는 기택 가족에게 이입하게 되는 관객들은 케이퍼무비를 볼 때처럼 그들의 계획이 성공하는 과정을 장르적으로 경쾌하게 즐긴다. 그러다 변곡점(이정은이 폭우 속에서 저택의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을 지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기택 가족이 반지하의 위치에서 지하의 문광 가족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하면 은밀한 공모의 쾌감에서 벗어나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관객들이 후반부에서 더 취약한 문광 가족으로 이입의 대상을 바꾸어 지켜보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문광 그리고 (특히) 근세는 타자화되어 있어서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응원하고 싶어 지는 약자들끼리의 싸움이 점점 더 끔찍해질수록 관객은 이 영화를 더 이상 장르적으로 즐길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이 곤혹스런 대결 구도의 사회적 의미를 숙고하게 된다.
(중략) 이 작품은 끝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화나게 만들고, 그 끝에서 필연적으로 현실의 문제와 그 현실을 담아내는 문제를 어쩔 수 없이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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