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는 어쩜 마스크를 하나 써도 저렇게 간지가 나나. 아들과 함께 리들에서 수박과 체리를 사서 나오다가 크리스토퍼를 만났다. 우린 서로 마스크를 써서 긴가민가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크리스토퍼는 클라우디아의 남편. 크리스토퍼는 아들이 그새(우리 집에 초대했던 2월에 보고) 너무 커서 못 알아봤다고. 나는 원형으로 된 스카프로 얼굴 전면을 가린 크리스토퍼를 못 알아봤다. 저녁에 클라우디아를 만날 일이 있어서 남편을 봤는데 어쩜 그렇게 마스크도 멋지냐고 했더니만 마스크 쓰는 걸 싫어해서 그거라도 쓴다고.
현재 독일에선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강도나 심하게 아픈 사람이 쓰는)을 극복하고 공공장소에선 아주 열심히 마스크를 쓴다. 신기한 건 하얀색 마스크는 오히려 드물고 색도 디자인도 각양각색이라는 거. 물론 나는 천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이 되는 걸까, 의심스럽지만 멋스럽긴 하다. 오늘은 마스크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달리기를 말하려고 서두가 길었다. 왜냐면 크리스토퍼는 달리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기에. 풀코스 42.195km 마라톤 완주에 성공, 해마다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50대 초반 남성.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4월에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가족이 함께 달리기(풀코스를 가족 4명이 나누어서 릴레이식으로 달리는)로 했었다. 우리가 응원가겠다고 했는데 취소라 아쉽던 참이다. 요즘도 매일 아침 달린단다.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아주 건강해 보인다.
이제 겨우 두 번 달린 나로서는 나도 달렸다고 막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작년부터 마음은 계속 달리고 싶었지만 실행은 못했다. 마음먹고 생각이라도 하고 있으면 때가 되면 기회를 만든다. 유럽의 여름밤은 환하고 시원하다. 고로 달리기에 딱 좋은 날씨라는 이야기. 마침 그날 딸은 자기 반 담임선생님도 달리기를 싫어하는데 코로나로 스포츠센터에 갈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달린다는 이야기에 애들 모두 의외라면서 놀랐단다. 그 얘기를 하는 딸도 달릴 의지가 엿보인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달려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화요일 밤 8시에 3.4km를 달렸다.
나는 그날 어디선가 보게 된 구절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이 들면 못하는 일 중 하나가 달리기라는 말이었는데 정말 지금부터 달리지 않으면 영영 못해볼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정황이 달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아들은 자전거로 우리 앞에서 이끌고 딸과 나란히 달렸다. 여덟 살 딸은 훌륭한 러닝 메이트. 처음은 1.7km을 달리고 쉬었다가 다시 달리는 계획으로. 처음 달린 날(5월 26일, 1.7km)보다 수월했다. 달린 소감은 의외로 뿌듯하고 은근한 매력이 느껴진달까. 뻐근한 등 어깨 목이 풀리고 전신 운동이 될 뿐 아니라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느낌. 욕심은 내지 말고 일주일에 두 번만 달리는 걸로. 오늘이 바로 두 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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