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구가 갖춰진 집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처음 슈바니비데는 운 좋게 가전 가구부터 소소한 부엌살림까지 모두 갖춰진 집이었다. 대신 집을 구할 때 가구 유무는 비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슈토프는 가구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집이다. 대신 부엌(인덕션, 냉장고, 오븐과 식기 세척기)은 전 세입자로부터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인수받았다. 보통은 부엌도 떼어가는데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인수할 경우 서로 떼고 붙이는 공사를 줄일 수 있으니 피차 좋은 일이다. 3년 사용한 부엌을 1200유로(150만 원)에 인수했으니 가격은 적당했다. 상태는 양호하고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슈바니비데 주인인 피터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구나 물품은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우리의 이사를 알렸을 때 피터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이삿짐을 옮기는 일도 피터의 도움을 받았는데 몽땅 다 실고 올 수는 없었다. 꼭 필요한 것들만 엄선했다. 독일은 이사 업체의 도움으로 이사하는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모양이다. 주변에서 서로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여럿이고 이삿짐도 각자 알아서 싸는 분위기라 처음부터 알아볼 생각도 없었다. 이사 차량(LKW, 면허증은 필요)을 대여해서 직접 짐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피터가 일할 때 쓰는 차와 동료의 중간 사이즈 차까지 두 대정도 가용할 수 있다길래 그 한도 내에서 가구를 고려했다. 덩치가 큰 식탁이나 소파는 일찌감치 포기. 분해가 가능한 침대만 가족 수대로 세 개를 챙겼다. 차 뒤에 수레(Wagen을 달 경우, 아우토반 제한 속도가 70Km)를 달 정도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삿짐을 직접 싸기 위한 준비는 이사하기 두 달 전부터 시작했다. 일단 종이 박스 40개를 Aldi에서 샀다. 테이프 필요 없이 조립해서 쓸 수 있는 편리한 박스. 짐을 다 꺼내보기 전에는 도대체 가늠이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얼추 맞았다. 포장부터 풀기까지, 이삿짐을 직접 싸는 건 처음이라 겁도 나고 엄두가 안 났지만 해보니 이것도 할만하다. 하긴 한국에서 독일로 이사도 했는데 이쯤이야. 차량 지원을 도와줄 사람이 있었던 건 행운. 미리미리 준비해야 마음이 놓이는 나와 달리 남편은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해서 갈등이 잦았다. 집중적으로 일을 가장 많이 한 건 이사하기 전 일주일이다. 남편의 여름휴가는 이삿짐을 싸고 짐을 정리하는 데 다 썼다.
이사를 직접 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의심했는데 해보니 세상엔 못할 일은 없었다. 이사하기 몇 달 전부터 혼자만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없어서. 늘 그렇듯이. 일감 목록 리스트를 짜고 매일 조금씩 짐을 정리하고 싸다 보니 이사하는 날은 당도했고 또 지나갔다. 힘들어 죽겠다는 엄마, 아빠에게 딸은 아빠랑 같이 살려면 이 정도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말대로.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린 어쩔 수 없이 힘든 이사를 선택한 거다. 올 초 슈토프에 집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운 좋게 딱 나온 집을 인터뷰를 거처 힘들게 구하고 이사까지 무사히 끝났다. 네 식구 살기엔 충분히 넓고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드는 집에서 새로운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길.
독일에서 이사할 때 챙길 일
-이사하기 최소 3개월 전에는 주인에게 알리기
-수도, 전기(마지막 날 검침 숫자 적기), 쓰레기 회사에 전화해서 이사 날짜 알리고 해지하기
-우체국 새로운 집 주소 알려줘서 우편물 재대로 받기
-이사하자마자 시청에 전입 신고하기
-인터넷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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