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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초등학교 (1 ~ 4학년)

명품 남매의 시작을 응원하며

등교 첫날, 새로운 학교 가는 길에 이제야 진짜 실감이 난다며 딸은 걱정이다. 한 달 넘게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예전 학교 친구들이 생각난다고. 아빠 때문에 이사 오는 바람에 좋은 친구 사귀지 못하면 어쩌나 이런 낯선 상황은 별로라면서. 뒤늦게 아빠 탓이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만나는 건 딸도 4년 전 이후 처음이다. 아니지, 독일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 입학도 있었으니 3년 만이다. 독일어 전혀 못할 그때도 적응을 잘했는데 지금은 엄마가 걱정 1도 없다. 새로운 환경에 금세 적응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 이사오길 잘했다고 조잘대겠지.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 딸 나이 때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다. 기억이 다 나는 건 아니지만 두려움은 살짝 있었을 거다. 대학생 때 다시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전학 간 나를 엄청 많이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서울 지하철 노선표에서 내가 사는 동빙고 역을 찾아보기도 하고 편지도 썼다는 걸 보면. 떠난 사람보다 남은 친구들이 훨씬 더 그리워했다는 걸 알았다. 떠난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솔직히 정신이 없기도 하니까. 중간중간 문득문득 그리움이 밀려오긴 하겠지만. 어떤 모양으로든 서로의 빈자리는 채워지는 듯도 하고.

 

전학 수속을 밟을 때 새 학교 교장선생님이 전달해준 사항은 4학년이 모두 세 반이 있는데 딸은 그중에 B, 독수리(Adler) 반이다. 안내문(준비물이라던지 개학날 등교 시간 등)은 방학 전에 우편으로 모두 전달받았다. 어제 마침 담임 선생님인 Van Ferth가 왓츠앱으로 안부를 전해왔다. 독수리 반 친구들 모두 친절하고 재인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안심이다. 아침에 교실에 데려다주면서 인사를 했는데 반갑게 맞아주는 인상 좋은 선생님이라 더 안심이다. 살짝 들여다본 학교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물론 모두 마스크 쓴 기묘한 풍경이긴 하지만.

 

7학년 아들은 더 걱정이 없다. 1교시가 7시 45분 시작이라 한 시간 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하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살짝 걱정됐지만 그것도 뭐 적응되면 문제없을 거다. 엄마는 6시 전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했다. 애들 없는 오전 시간을 얻는 대신 새벽부터 분주하다. 아들은 옆집 베르나랑 집 앞에서 6시 45분에 만나서 출발했다. 친절한 옆집 누나 덕분에 든든하고 마음이 푹 놓인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간.

 

명품 남매, 여권 사진 찍던 날 사진관에서

역시나 기대한 대로 첫날을 보낸 남매는 둘 다 너무 만족스럽단다. 딸은 초등학교답게 혹은 개학 첫날인 만큼 공부를 조금밖에 하지 않아서 너무 좋단다. 친구들은 대부분이 친절하고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그중에 국적을 묻는 친구에게 '한국'이라니까 바로 남한(süd Korea, 북한이 아닌 남한이 중요)을 되물어서 깜짝 놀랐단다. 한국을 그렇게 잘 알 줄 몰랐다면서. 4학년 정도 되면 당연히 süd Korea는 알지 않겠니. 게다가 코로나에 잘 대응한 한국을 독일이 배우는 것도 많고 독일 뉴스에 한국이 많이 나오니 모를 수가 없다고, 엄마는 장황하게 설명.

 

아들은 언제 끝나는 지도 몰랐는데 2시쯤 되니 알아서 잘 왔다. 슈토프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면서. 흥분한 상태로 집에 귀가. 우리 동네에서 아들이 가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한 명 있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다. 코디네이터가 친절하게도 그 친구랑 같은 반으로 해줬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친구를 만난 거다. 올 때도 같이 왔을 뿐 아니라 오후에 바로 약속도 잡았다. 못 말리는 녀석들. 게다가 세상이 진짜 좁은 건. 그 친구의 동생이 딸과 같은 반이라는 거. 남매는 축제 분위기다. 그 집 남매랑 같이 만나 놀면 되겠다. 아들과 함께 가준 옆집 누나 베르나는 오전 수업이 다 취소됐는데 우리 아이 때문에 그 새벽에 노트 혼에 간 거다.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애들이 만족스러우니 부모는 덩달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