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이번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다. 독일의 코로나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엔 하루 사망자수가 800명이 넘은 날은 충격이었는데 오늘은 900명대다. 겨울엔 다른 계절보다 노인 사망률이 높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다른 해보다 사망자가 월등히 많은 건 전적으로 코로나 영향이다. 일단 오늘까지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숙제하는 걸로 대체한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다음 주가 방학 시작이다. 일주일 당겨졌고 고로 겨울 방학은 한 달이다. 그 이후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주일씩 교대로 등교한다.
오전에 독일어 수업을 듣던 강의실도 문을 닫았다. 대신 오후 수업은 어제가 마지막 날이다. B2시험을 끝으로 1월 11일에 개학이다. 얼떨결에 B2시험까지 모의로 치렀다. 10월 27일에 처음 독일어 수업을 간 이후 굉장히 빠르게 상황이 전개된다. 남편이 시청 사회복지과였던가,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일단은 만나자고 해서 약속을 잡고 이력서를 들고 만났다. 생각보다 내 독일어 실력은 나쁘지 않다고 했고 코로나로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알아봐 주겠다고는 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장 필요한 건 독일어 향상이라고 하니 슈토프에 있는 독일어 수업을 소개해주었고 그게 바로 지금 다니는 수업이다.
제일 낮은 단계 A1수업에 갔는데 너무 쉬워도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 오히려 복습도 되고 좋더라. 과부하가 걸리지 않아서 좋다. 뭐든지 쉬우면 재미가 생긴다. 같이 수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터키인이나 아랍인. 그중에서 내가 제일 독일어를 잘하는 상황은 나쁘지 않다. 집에선 그렇게 오랫동안 독일어 공부에 할애를 못하니 일단은 독일어 샤워링을 하는 차원에서 쉽더라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오전 2시간 30분, 일주일에 2회는 무조건 간다. 선생이 B1반에 가도 좋겠다면서 저녁 수업을 소개해주었다. B1수업 두 번째 간 날이 B1 모의시험이라 시험을 쳤고 감독관 중 한 선생이 또 다른 수업을 소개해서 결국은 일주일에 4회 수업을 듣는다. 저녁 수업까지 간 건 어제로 한 달째. 레벨 가리지 말고 모두 참석한다.
2020년을 성찰하면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더니 길은 열렸다. 결과적으로 B2문턱에 닿았고 어젠 B2 모의시험까지 봤다. 10명 남짓 인원이 시험을 봤는데 듣기 평가에서 내가 가장 성적이 좋다(am besten)면서 선생 둘이 놀란 눈으로 엄지 척이다. 나도 믿기지 않아서 어리둥절. 독일 뉴스를 수시로 들은 덕분인가. 말하기 시험은 따로 전날 봤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단다. B1 시험보다는 더 잘했다. 잘하는 파트너를 만난 덕분이다. 내년 2월에 B1, B2 시험 모두 집중해서 공부하면 가능하겠다. 물론 B2 독해는 어휘력 수준이 꽤 높다. 모의시험으로 이렇게 중간 피드백을 하니 좋다.
시험을 보면서 문제지 수준도 가늠한다. 어떤 스타일로 문제가 나오는지도. 시험은 역시나 자극제다. 목표는 좀 더 설레고 구체적인 것으로 잡는 게 필요하다. 발음적인 부분이랑 어휘력에 집중해서 꾸준히 하는 걸로. 독일어에 대한 부담감으로 못하겠다는 부정적인 생각 대신 못할 게 무엇이냐는 자신감으로 대체하니 망막했던 독일어가 할만해지게 된다. 신기한 경험이다. 미라클 모닝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것과 무의식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새긴 게 도움이 된 듯하다. 큰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미라클 모닝(다음 글에 따로 써야겠다) 의식이 진짜 도움이 되는 건가? 신기하고 신기하다.
현재 독일어 공부에 들이는 노력은 참여 가능한 수업(주 4회 최소 15시간)에 빠지지 않는 것과 새벽에 문법 교재 공부를 20분, 매일 새로운 단어 정리해서 암기, 독일 뉴스 청취다. 2021년엔 넷플릭스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독일어로 보는 거다. 예를 들면 샬롯의 거미줄이나 토토로 그리고 세 얼간이와 코코를 리스트에 뽑아두었다. 얼마 전에 미션 임파서블을 가족이 함께 봤는데 반은 영어로 반은 독일어로 봤다. 애들이 독일어로 바꿔달라고 졸라서 할 수 없이. 독일에선 넷플릭스로 한국 영화는 상관없지만 외국 영화는 무조건 영어나 독일어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면 독일어 향상에 도움이 되겠다. 아직까지는 독일어보다는 영어가 편하다는 걸 체험해보니 알겠다. 수준 높은 독일어는 귀가 불편해한다. 이해도도 떨어지고. 외국어를 배울 때 답답한 상황을 인정하고 익숙해지는 게 필요한데 그러려면 쉬운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근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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