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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아무튼 피트니스

3km 걷기, 뽀드득 소리 밟으며

독일 북부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근 10년 만이란다. 20cm 이상 쌓이는 건 흔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주말에 가는 눈발이 쉬지 않고 조용히 내렸다. 가볍고 조용하지만 쌓인 후에는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테라스가 무거운 눈에 의해 가라앉을까 봐 주인집 올리버는 미리 기둥을 댔다. 밤사이 조용히 쌓인 눈은 우리 집 장정 둘이 치우는데도 한 시간이 걸릴 양이다. 독일은 자기 집 앞 눈은 기본으로 치워야 한다. 누군가 내가 치우지 않아서 넘어져서 다치면 그 집주인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단다. 아들 녀석이 아기인 줄만 알 아더니만 이런 순간에 남자 몫을 단단히 한다. 그에 비해 남편은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며칠이나 고생이다. 

 

 

집 앞 길목 눈을 퍼내느라 집집마다 정원에 눈이 한가득씩 쌓였다. 염화칼슘을 사다 뿌려도 쉬지 않고 내리는 눈을 당하기 어렵다. 수요일엔 도저히 그 많은 눈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골목대장 올리버가 트랙터를 불렀다. 집집마다 약간의 돈을 걷어서 주체하기 어려운 눈을 치웠다. 각 집마다 남자들이 나와서 트랙터가 치우는 눈을 모으는 걸 도왔다. 덕분에 쌓이면 대책 없이 느껴지는 눈을 어느 정도 해갈됐다. 낭만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뚫고 나설 용기가 없다가 며칠을 못 걸었더니만 등이 너무 아파서 어떻게든 집을 나갔다. 흰 눈 위에 개들이 노랗게 영역 표시를 사방에 해놨다.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개는 산책을 거르지 않은 모양이다. 눈 위에 이미 길이 생겼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음향효과로 들으며 3km를 걸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붉은 부리가 도드라진 블랙 스완을 생전 처음 보는 행운도 누리면서.     

 

 

주말엔 숲으로 6km이상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