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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아무튼 피트니스

"사는(buy) 것이 달라지면 사는(live) 것도 달라진다"

브런치 이웃 중에 애정 하는 M님이 암이라는 걸 브런치 글을 통해 알았다. 작년 한 해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으니 자동으로 타인의 글도 읽지 않게 되는데 그래도 가끔 생각나면 들려 근황을 살핀다. 일면식은 없지만 성실하게 브런치에 글 올리는 모습에 자극받고 가끔 댓글도 남기는 사이지만 이런 소식은 마음이 좋지 않다. 처음엔 방광염인 줄로 알았는데 자궁 쪽에 희귀한 암을 발견 성탄절 즈음에 독일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그런 와중에도 브런치에 소식은 간간히 올린다. 수술은 받았지만 항암은 하지 않고 자연치료법으로 암을 이겨내겠노라는 결의에 찬 문장들. 암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공부하는데 ‘채식주의자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해서 반갑다. 동물성 단백질이 암세포의 증식을 돕는다는 걸 기적의 밥상에서도 읽은 터라.

 

2020년 제일 잘한 일은 우리집 밥상에서 고기를 없앤 일이다.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하는 것도 폭력 같아서 먹고 싶으면 요리된 걸 사 먹던가 직접 해 먹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 고기 좋아하는 남편은 남의 집에서 넘어오는 그릴 굽는 냄새에 반응하고 가끔 침대에 누워서 '아, 스테이크 먹고 싶다' 중얼거린다. 먹고 싶으면 사다가 구워 먹으라고 했더니만 결국은 그것도 귀찮은지 튀겨진 닭을 산다. 요리된 닭을 데워먹는 것도 귀찮아 찬 걸 맛없게 먹고. 자주 가는 마트 에데카에는 금요일마다 닭을 부위별로 튀겨서 판다. 원하면 사다 줬는데 그것도 결국은 맛이 없는지 그만 사란다. 고기반찬이 없어도 뜨끈한 모둠 해물이 들어가고 두부와 감자 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된장찌개에 현미밥 그리고 김치면 "잘 먹었다"가 절로 나오는 건강한 한 끼다.

 

 

유기농 달걀과 같은 가격인 귀한 유정란

 

애들도 고기가 굳이 아니라도 단백질은 두부 요리면 충분하다. 집 앞에서 일주일 두 번 동네에서 키운 닭이 낳은 신선한 달걀이라길래 믿고 샀는데 물어보니 유기농은 아니란다. 어쩐지 노른자색이 유기농과 확연히 다르다. 유기농 달걀이 두 배 비싸니 장바구니에 담을 때 싼 가격을 기웃거리긴 한다. 하지만 항생제 투여를 생각하면 유혹될 일이 아니다. 독일에선 닭장에서 키운 건지 풀어놓고 키운 닭이 낳은 건지 꼼꼼하게 표기된 덕분에 선택하긴 수월하다. 딸은 우유를 습관처럼 먹길래 유기농 우유를 사다가 아예 곡물 음료로 바꿨다. 뭔가 마실 음료가 필요한 거지 우유를 고집하는 건 아니어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귀리 음료가 심심하니 자극적인 맛은 아니라 확 끌리진 않지만 한 모금 마셔보면 건강한 음료라는 건 단박에 느낀다.

 

암이 좋아하는 흰 설탕과 정제 소금 그리고 흰쌀밥과 흰 밀가루도 신경써서 대폭 줄여야겠다. 집에서 가끔 만드는 케이크와 빵엔 흰 밀가루와 흰 설탕이 필수다. 황설탕으로 바꾸고 통밀가루를 써야겠다. 지금 쓰고 있는 정제 소금은 채소를 데치거나 면을 삶을 때 넣어서 어서 소진해버리고. 흰쌀에 비해 다섯 배나 비싼 현미쌀을 열심히 먹다가 500g씩 나르는 게 번거로워서 한인마트에서 이천 쌀 10킬로그램을 샀는데 독일에서 파는 흰쌀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찰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마저 없다. 그냥 먹던 대로 현미쌀을 사야겠다. 

 

한인마트에서 김치를 주문하면 확실히 요리하기가 편하지만 녹색채소 먹는 게 게을러진다. 시금치와 브로콜리 그리고 콜라비와 고구마를 사 왔다. 입이 심심할 때 생으로 먹기에도 콜라비와 고구마가 딱이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진다는 핑계로 지난 번엔 라면도 5개 묶음을 3팩이나 샀다. 확실히 인스턴트를 먹으면 속이 바로 알아챈다. 불편하다. 그래도 가끔은 편하게 요리하고 싶어서 허용하면 꼭 후회된다. 집으로 들이는 순간에 타협하지 않으면 먹을 일도 없는데 스스로 너무한가 싶어서 단호하지 못할 때가 있다. 건강한 식습관은 장보는 순간 이미 결정된다. 사면 어떻게든 먹게 되고 사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암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게 '높은 체온', '산소' 그리고 '독소 제거'라는 걸 그녀의 글에서 배운다. 나 닮아 손발이 찬 아들의 체온을 어떻게 올리나. M님은 이 세 가지를 위해 매일 산책을 하고 녹색 주스를 갈아마시고 반신욕을 한단다. 해독 주스 갈아 마시는 건 커피 한 잔을 내려먹는 것보다 성가시지만 몸이 좋아지는 걸 선택하자. 갈아 놓으면 가족들도 어떻게든 먹는다. 요가와 산책으로 몸 구석구석의 세포에게 산소가 닿도록 하는 것! 잊지 말고. 사는 동안 암과 치매는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채식을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노력하는 일차적 이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암에서 멀어지는 길이라는 말도 기억하자.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사는(buy) 것이 달라지면 사는(live) 것도 달라진다" 최인철의 '굿 라이프'에서 발견한 구절은 소유보다 경험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 거지만 건강한 식습관에도 딱 들어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