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독일어 B1 시험, 남편은 미리 휴가를 냈다. 다 큰 오누이라도 둘만 집에 남겨두기엔 불안하니까. 내가 사는 동네는 슈토프라 시험장은 기차 타고 30분은 가야 한다. 아들이 다니는 김나지움도 이곳이다. 9시 집합이라 새벽 일찍 시험장에서 먹을 도시락을 싸고 애들 아침을 과일과 빵을 접시와 도시락에 각각 준비하고 남편과 아침을 먹었다. 가방은 전날 미리 챙겼는데 책을 너무 많이 넣었다. 불안감을 책으로 채우다니, 무거워 혼났다. 코로나 시국이라 시험도 자주 없는데 오랜만에 시험 날짜가 난 거다. 등록 과정도 놓칠 뻔했는데 독일어 수업 셰프의 연락으로 겨우 신청했다. 신청 기간이 지났다는 말에 안타까움은 잠시 한편으론 안도했다. 그래도 계획했으니 실행하면 스스로에게 뿌듯하겠지 싶었는데 역시나 보길 잘했다. 홀가분한 이 기분!
시험장엔 남편이 데려다주었다. 한밤중인 오누이를 두고 집을 빠져나왔다. 전날 미리 말은 해두었다. 일어나서 엄마 아빠가 없더라도 아침 챙겨 먹고 잘 있으라고. 시험장에서 필요한 건 독일 거주 신분증(Auswiesen), 그 외의 것들은 일체 반입 금지다. 호명하면 신분증을 확인하고 번호표를 받아 교실에 입실한다. 번호표대로 지정 좌석 앉으면 책상 위엔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연필 깎기가 놓여있다. 가방과 핸드폰 등 소지품은 옆방에 따로 둔다. 시작 시간은 9시 30분, 그전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시험에 방해되는 행동을 할 경우 퇴장이라고 다른 이에게 방해되는 행동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답안지를 받고 이름과 태어난 도시, 각자의 모국어 등을 채워 넣는다. 모의시험을 해봤기에 덜 당황스럽다. 두 명의 감독관이 열명 남짓의 수험생을 친절하게 도왔다. 그리고 시작된 듣기 평가, 뒤에 앉으신 나이 지긋하신 분의 잦은 질문으로 집중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분은 쓰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시험관이 곁을 떠나지 못했다. 주의도 여러 번 당했고. 듣기와 읽기 그리고 쓰기까지 11시 40분까지, 2시간이 걸렸다.
구술시험은 오후로 각자 시간대가 정해졌는데 난 오후 3시 반이다. 근처에 살면 집에 갔다가 다시 와도 충분한 시간이다. 3시간을 밖에서 헤매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 락다운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마트 외엔 없다. 괜찮은 공원도 못 찾고 동네 한 바퀴 구경을 해도 시간이 더디게 간다. 빵과 과일 도시락을 먹고 다음 시험장 근처 벤치에 앉아서 말하기에 나올 만한 문장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기다렸다. 나보다 한 시간 먼저 시험인 야야를 만났는데 혹시라도 미리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물어나 보잖다. 그럴 생각은 미처 못했다. 문 앞에서 신분증 확인하는 안내인은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안에서 감독관이 나오더니만 우리 얘기를 들었는지 슈토프에 살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니까 같이 들어오란다. 앗싸, 한 시간 먼저 구술시험을 봤다. 천만다행으로 야야의 파트너는 불참인 모양이다.
역시나 여기도 감독관은 두 명. 수험생 두 명이 앉을 책상에는 종이 3장이 펼쳐져 있다. 한 장은 자기소개, 다른 한 장은 사진(내 자리엔 단란한 세 가족, 어린 남자아이가 레고를 한다) 그리고 나머진 파트너와 둘이서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 인상 좋은 감독관이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맞아주어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듯도 했다. 야야가 먼저 소개를 했고 그다음이 내 차례, 독일어로 말하려니 갑자기 서서히 떨린다. 맞장구를 쳐주고 질문을 해주는 감독관 덕분에 어찌어찌 20분의 시간은 흘렀고 끝났다. 결과는 글쎄, 잘 모르겠다. 남편이 독일 와서 첫 레벨 테스트 때 B1을 받고 좋아서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전화했던 때가 떠오른다. 합격증을 받으면 엄청 기쁘긴 하겠다.
읽는 직업을 쓴 이은혜 편집자는 외국어 편집자가 매력적인데 그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그중 가장 기본은 "외국어는 의지와 부지런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습득하기 어려워 그 가치를 높이 살 수밖에 없다."라는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영어든 독일어든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게 바로 이거였다. 멈추지 않고 꾸준한 부지런함은 기본값!이라는 거. 어쨌든 유창함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은 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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