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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Deutsch

난 독일어 B1 자격증 있는 여자!

 

4월 28일 수요일, 독일어 작문 숙제로 골머리를 앓은 날이다. 발표 숙제인 작문은 독일식 사고를 해야 해서 여전히 어렵다. 오전 시간은 왜 이렇게 잘 가는지. 딸 데리러 갈 시간이 금방이다. 부엌에서 연결된 테라스 문을 열면 우체통이 있다. 혹시 몰라서 우체통을 열어보니 흰색 서류 봉투함이 들어있다. 받는 사람은 Yujin Kim, 설마 벌써 시험 결과가 나온 건가? 보내는 사람 주소를 보니 아는 주소다. 두근두근 봉투를 뜯으니 두 장의 서류가 들어있다. 하나는 두툼한 재질의 자격증, 하나는 얇은 종이의 부연 설명이다.

 

처음엔 얼떨떨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각 영역별 점수를 훑어보니, 듣기와 쓰기가 통합으로 그리고 말하기 영역이 B1 erfüllt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쓰기가 A2 sehr gut erfüllt 다. 모든 영역이 B1이어야 통과가 아닐까. 순간 당황스러워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모든 영역 점수표 밑에 총점은 B1이라고 또렷하게 쓰여 있는 걸 확인했다. 뭐야? 이거 진짜 B1이라는 거야? 가슴이 벌렁벌렁, 믿기지 않아서. 종이를 들고 2층에서 온라인 수업하는 아들에게로 달려갔다. "아들아, 이거 진짜, 엄마가 B1 합격했다는 거 맞아?" 아들은 엄마가 본시험이 뭐지? B1이라면 통과됐다는 거네. ~~ 엄마, 해낸거야? 축하축하아들이 엄마를 덥석 안아준다.

 

 

 

딸을 데리러 나가는 틈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가장 기뻐해 줄 사람, 연결이 안 돼서 문자를 남겼더니만 바로 전화가 왔다. “여보, 대박이야. 내가 B1 합격했어남편도 정말? 여보 대단하네. 저녁에 파티할까라며 기뻐한다. ,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마침 한인 마트에서 주문한 떡볶이 재료가 도착.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야채 만두를 쪘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점심 먹고 독일어 작문 숙제를 아들의 도움으로 대충 마무리해서 독일어 선생에게 보내면서 합격 소식을 알렸다. 유타, 작년 12월 내가 B1수업에 처음 갔을 때 적극적으로 다른 B2 수업까지 참여하도록 안내했고, 지금까지 같이 수업하는 선생이다. 역시나 유타의 반응이 격하다. 선생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했더니만, 장문의 왓츠앱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건 너의 노력이다. 부지런한 학생인 네가 한 일이지 내가 한 일은 없다. 진짜 대단하다. 너는 이 수업에 가장 늦게 오지 않았나. 이 코스에 5년간 오는 사람도 있다. 나는 네가 이렇게 잘한 것이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B2도 해낼 거다"라고. 감동스럽다.

 

그날 오후 5, 독일어는 유타 수업이다. 늘 제시간에 먼저 와 있는 오미가 축하해줬다. 한 시간 뒤에 늦게 수업에 참석한 마리아도 나와 같은 날 시험을 봤다. 안부를 물으면서 선생이 성적표를 받았냐니까. A2란다. B1이 아니라서 실망스러운 목소리다. 나라도 그렇겠다. 나는 통과됐다니 엄청 부러워하면서 축하해준다. 각 영역별 점수를 묻길래 답하면서 확인하니 글쎄, 33점부터 B1인데 마리아는 32점이란다. 아까워라그에 반해 나는 경제적으로 커트라인에 딱 걸려서 통과다. 이런 행운을 봤나. 마리아는 말을 또렷하게 잘하는 편이라 나보다 말하기 점수도 잘 나왔을 줄 알았는데 80점이란다. 난 82점, 이게 무슨 일인고? 말하기 시험은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하는데 그날 '야야'는 훌륭했다. 감독관이 점수를 잘 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단박에 이렇게 합격할 줄은 몰랐다. 우리 반에서 그날 시험 본 사람이 4명인데 그중 확실하게 통과는 나 혼자인가 보다. B1이 어느 정도로 중요하냐면 영주권 받을 때 독일어 최소 자격이 B1이다. 독일에서 취업하려면 B2가 안전하지만 그래도 B1도 인정은 해주고. 성취감이 장난이 아니다. 1 분기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목표 하나를 벌써 이뤘다. 신난다. 진심으로. 지금 듣는 수업 B2를 더 열심히 해서 여름엔 B2도 거뜬하게 통과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질질 끌고 갈 게 아니다. 할 때 해버려야지. 하면 된다, 못할 것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운이 따른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운이 내게로 달려올 때 격하게 뛰어가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걸 믿는다. B1을 단박에 통과한 김유진,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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