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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코칭연구소

[월간 마코] 다 카포, 시시포스의 행복을 상상하며

태린씨와 순영님, 표정이 어쩜 저리 예쁠꼬

 

처음부터 다시 시작, 2021년은 다 카포를 외칠 만큼 아니 외치고 싶은 만큼 잘 살았는가? 통째로 편집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 망쳤다고 다시 찍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부분과 그래도 좋았던 순간은 언제일까. 다시 돌아가도 좋겠다, 싶은 순간이. 그런 순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도 좋을 만한 일을 많이 만들어 살아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돌려봐도 질리지 않고 웃음이 터져 나오거나 뭉클한 순간이 많은. 

 

2021년의 마지막 달 마코 수업은 각자 마실 것과 간식을 챙겨와서 온라인 뒤풀이를 하자고 미리 공지했다. 와인을 챙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와인이 당기지 않아서 내려둔 커피와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가져왔다. 태린 씨는 화이트 와인과 생크림 케이크, 순영님은 커피 한 잔과 머핀을 들고 화면 앞에 앉았다 건배사는 뭘로 할까 하다가 '시시포스의 행복을 상상하며’로 내가 정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해보는 온라인 뒤풀이다.

 

11월에 이어서 12월엔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후반부를 읽었다. 각자 원픽 철학자를 하나씩 고르고 이유를 적어오자고 했는데 태린 씨는 몽테뉴를 순영님은 보브아르를 나는 니체를 골랐다. 순영님은 잘 늙어가는 것에 대해 몇 년전부터 관심이 많다. 천덕꾸러기처럼 물러나는 노교사를 보는 모습이 늘 불편하다. 젊음이에 대한, 젊음만 추앙하는 문화가 못마땅하다. 자신도 곧 노교사가 될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올해 진로상담 대학원을 과감히 시작했다. 교사 생활과 대학원 병행이 쉽지 않지만 의미있는 고통을 견딘다.

 

이제 마흔에 접어든 태린씨는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찬란함을 인식하게 되는 부분을 언급했다. 후회 없는 죽음은 없겠지만 오늘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는 그나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죽음 또한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죽음을 덜 두려워하기 위해 더 잘 살고 싶단다. 에세이가 프랑스어로는 ‘해보다’라는 뜻이라는 부분을 콕 집어서 뭐라도 해보는 삶을 꾸준히 살고 싶다고. 평범한 삶일지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쓰며 특별한 삶이 되는 순간을 꿈꾼다.

 

나의 원픽은 니체다. 영원회귀와 다 카포 그리고 시시포스의 행복을 상상하다. 시시포스가 행복하리라는 건 상상을 못 했다. 하지만 누구나 어쩌면 시시포스의 삶을 사는 부분이 분명 있다. 올해 3대 뉴스를 뽑아보니 하나만 빼고 작년의 10대 뉴스 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크게 달라진 것 같지만 그리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산다. 해오던 어떤 일을 꾸준히 지속하거나 조금 더 나아지는 삶. 때로는 유지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행복을 길어 올리는 건 내 몫이다. 물론 통편집하고 싶은 부분도 당연히 있다. 오늘은 미래의 언젠가 다 카포(처음부터 다시 시작!)를 외친다면 다시 돌아올 어떤 순간이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점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잘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카포를 외친다. 웃음 한 스푼을 첨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