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오늘도 썸네일형 리스트형 크는게 아까운 모기 한마리가 윙거리는 소리에 눈이 발딱 떠졌다. 램프를 켜보니 딸 아이 머리맡 하얀 벽지 위에 시꺼먼 모기 한마리가 발견이다. 손바닥으로 적중해서 때려잡은 모기는 피다. 이미 많이 먹은 모양이다. 귀한 딸 어디 물렸을까봐 램프로 이리저리 비춰보다 잠이 홀라당 달아났다. 딸은 두손 만세한 자세로 세상 평화롭게 잔다. 천사가 따로 없다. 어른들이 종종 하시는 '크는게 아깝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매일 밤 다리가 쭉쭉 길어지고 보드랍기만 하던 발뒤꿈치가 딱딱해질 기미가 보인다. 거기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불쑥 올라온다. 참회의 시간을 잠깐 갖는다. 어제도 딸이 뭔가 만들어 어떠냐고 보여줬는데 내 일하면서 영혼없이 건성건성 대답했다. 어느 순간 타성에 젖어 감탄이 줄고 심드렁하다. 그래도.. 더보기 가족의 피로감 어린 아이를 키울 적엔 아이가 왜 우는 지 이유 파악이 불가능하고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을 때 난감했다. 내가 감당할 소리의 데시빌을 울음소리가 넘어서서 괴로운 것도 있지만 우는 아이가 달래지지 않는 통제불가능에 대한 분노다. 요즘은 남매의 다투는 소리에 귀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긴 방학이나 주말은 곤역이다. 어린 형제의 경우, 시간당 56건의 잦은 충돌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한마디로 원수가 따로 없다. 내가 보기에 별일도 아닌 일로 한치의 양보 없이 싸우며 상대 탓을 하며 자기 입장만 쏟아낼 땐 중재도 지친다. 싸울 땐 위층에 올라가서 엄마가 들리지 않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만 "엄마, 아빠도 싸우실 때 우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싸워주세요." 그런다. 순간.. 더보기 쿨한 시엄마를 원하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맏아들에 효자이기까지 한 남편이 독일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 쾌재를 부른 이유는 시댁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독일에 와서 한동안은 당신이 바로 '상급' 남편이라며 추켜세울 정도로 기뻤다. 그렇게 좋아했던 내가 한국행 티켓을 끊을 때까지만 해도 시댁은 까맣게 잊었다. 한국 갈 날이 다가오니 점점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과거의 억울한 일들을 들추어 남편을 도발해서 싸웠다. 한국에 도착해서 우리는 양주에 사는 셋째 언니집에 묵었는데 열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와서 시댁인 여수까지 가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며느리인 저는 일정이 바빠서 같이 가려면 오래 기다리셔야 할텐니 손주와 애들 아빠가 먼저 가는 것은 어떠신지 용감하게 전화를 드렸다. 시댁에 가기 싫은 꼼수였다. 당연히 말도 안 된다 시.. 더보기 눈부처 대상관계를 공부할 때 유독 끌리는 정신분석가가 있었으니 바로 도널드 위니컷이다.세상엔 완벽한 부모는 없고 대신 충분히 좋은 엄마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 영국의 정신분석가이다. 그의이론에 따르면 좋은 엄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성 본능에 따라 아이와 애착관계를 맺는 엄마면 충분하단다. '완벽하게'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완벽하게 뭔가를 하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부자연스러워진다. 육아에서도 어깨에 힘을 빼는 일이 필요하다. 완벽한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 부담감이 사라진다. 위니컷이 말하는 충분히 좋은 엄마는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고 충분한.. 더보기 사랑한다면 자유시간! 세상에서 가장 아깝거나 억울한 일 중 하나가 공들여 재운 아이가 깨는 일이다. '아이가 자고 있어요. 벨 누르지 말아주세요.' 초인종 위에 쪽지를 붙여두었는데 벨을 눌러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는 사람이 제일 싫다. 바닥에 내려 놓으면 홀라당 깰까 겁나서 깊은 잠을 들기까지 품에 안아 공들여 재울 때는 퇴근한 남편도 집에 못들어 온다. 현관문 번호키에 번쩍 눈 뜰까 무서워서 집 앞에 도착한 남편과 긴급 연락을 취해 추운 겨울 날 분식집에서 오뎅꼬치를 먹으며 시간을 번적도 있다. 결혼 생활뿐 아니라 육아는 홀로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조다. 특히 절대 양육 기간엔 혼자 보낼 자유 시간이 없고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율이 사라지기 때문에 힘들다. 자유는 없을 때 절실해진다. 내가 그.. 더보기 흑심 품지 않는 엄마 아이가 가진 재능이 순수하게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엄마 입장에서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일은 이론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자녀가 어느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게 되면 어떤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부모의 욕심을 투영시켜 아이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인 양 조종할 힘도 있다. ‘이러진 말자.’고 스스로 세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말자. -판단력이 미숙할지라도 아이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서 선택하도록 돕는다. -어떤 순간에도 아이의 행복이 최우선시 되야 한다. -내가 못 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고 하지 말자. 어린 아이도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귀신같.. 더보기 가족 공동체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엄마 입장에서 엄청 통쾌하다. 엄마를 종처럼 부려먹던 가족은 돼지로 변해 '꿀꿀'거리고 엄마는 유유히 사라진다. 나도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들은 척 만 척할 때는 정말 가출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해도 여전히 엄마에게 매일 주어지는 '시지프의 앞치마'는 힘겹다. 우린 한팀이며 오랫동안 함께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족 공동체임을 남편과 남매에게 세뇌시키며 협박할 때 많이 써먹은 책이다. 어린 아이에겐 돼지로 변한다는 것이 무서울까? 아니면 엄마의 가출이 두려운 일일까? 누구 한 사람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는 건강하지 못하고 불공평한 일이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공동체는 와해되기 쉽다. 남편과 남매에.. 더보기 내 몸을 돌보는 시간 한국에선 스트레칭 발레로 내 몸을 돌보았다면 독일에선 김나스틱이다. 독일에서도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을 발견했다. 일주일에 하루, 한 시간은 내 몸에 집중하는 날이다. 김나스틱은 독일 체조인데 스트레칭과도 유사한 면이 많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가볍게 걸으며 몸을 풀고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는 동작을 주로 한다. 끝나기 전엔 매트를 깔고 환한 불을 소등하고 누워서 힘겨워 하는 몸을 마무리 한다. 스트레칭과 다른 점은 매번 다른 도구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선생인 에바에게 물으니 지루하지 않은 수업을 위해 연구를 많이 한단다. 손에 쥐기 쉬운 부드러운 공에서부터 플렉시바 꼬깔콘 등 놀랄 만큼 다양하다. 김나스틱이 척추에 좋다더니 직접 해보니 어깨를 펴고 등을 세우는 동작이 많다. 자녀에게 물려주..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