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썸네일형 리스트형 귀한 손님 퀄른에서 교환 학생으로 공부한 조카가 학기를 마치고 우리 집에 왔다. 한 학기가 금방이다. 새벽 두시 기차를 타고 브레멘에 여섯시 도착 예정인데 연착하고 어쩌다 보니 두 시간이나 늦었다. 학기 중에 여행 다니랴 공부하랴 기숙사 친구들하고 노느라 매일 매일 즐거워서 시간 가는 게 아깝다던 녀석은 감기가 옴팍 들었다. 돈 아낀다고 새벽 기차 타고 오면서 애들 선물뿐 아니라 우리 부부 것까지 샀다. 산타 할아버지가 수놓아진 예쁜 식탁보와 퀄른에서 유명하다는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향수까지. 엄마, 아빠 선물사면서 이모도 생각했다니 감동이다. 기숙사에서 한국으로 40kg의 짐을 부치고도 남은 짐을 끌고 메고 오면서 퀄른 맥주도 챙기고. 겨우 이틀 묵고 다시 런던으로 떠나지만, 매번 올 때마다 .. 더보기 눈 엊그제 오후엔 눈이 펑펑 내렸다.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참 뒤에 내린 눈이다. 감질나게 내리다 비에 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눈 말고 제대로 쌓였다. 남매는 창가에 매달려 내리는 눈에 감탄을 쏟아내다가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든다. 게으른 엄마는 창문에서 춥지 않냐고 묻고 사진만 찍다가 눈 치우러 어쩔 수 없이 나갔지만. 오누이가 한덩이씩 눈덩이를 굴려 커지는 만큼 잔디가 눈을 벗는다. 초록이가 춥지 않게 눈 치워준다는 명목과 함께. 내가 쌓인 눈을 쓸어 내는 속도를 눈이 순식간에 따라 잡을 만큼 많이 내렸다. 점점 무거워진 눈덩이를 낑낑 굴리며 힘들다던 아이는 눈사람 만들고 먹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 흐뭇해하고. 지붕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래다가 어느새 질척해진 눈은 낭만이 .. 더보기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 세상엔 책도 많고 글 잘 쓰는 사람도 참 많아서 난 자주 기가 죽는다. 그래도 내 글이 좋다고 말해주는 예술 친구 덕분에 힘을 내기로 했다. 내 글이 뭐가 좋냐니까. "꾸준히 쓰는 작가적 자세와 편안하게 읽히는 구어체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도 예술로 쓴다" 라고 말해주었다. 꾸준히 쓰지만 결과물이 없어서 괴롭고 과연 내가 쓰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기운 빠진 날에 고마웠다. 올해가 가기 전에 부크크에서 자가 출판으로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퇴고 중이다. 글을 고르고 매만지는 일은 힘들어도 의외로 재밌다. '쓰레기 같은 초고'도 자세히 살펴보고 자꾸 보다보니 조금씩 나아졌다. "출판에는 왕도가 없다. 설사 자가 출판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족이.. 더보기 수제 잼 한 병 올 겨울에 세 번째로 만든 크리스마스 쿠키다. 오누이 각반 보조로 워밍업 한 후, 친구 집에서 한 번 더 만들었다. 미리 준비된 도우 덕분에 뚝딱 쉽게 만들었다. 난 여전히 보조로 곁을 지키고. 남매는 여러 번 만들어도 그저 신난다. 토핑 올리기 전 접착제로 설탕 대신 달걀물을 이용하니 훨씬 단백하고 달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쿠키를 세 종류 만들었는데 이름(Husarenkrapferl)도 어려운 아래 사진 속 쿠키가 난 가장 맛있다. 아무래도 블랙 베리 잼 때문인 듯. 도우를 가래떡처럼 길게 밀어서 엄지 손 마디 정도씩 잘라서 동그랗게 빚었다. 원통형으로 된 나무 숟가락 뒷면으로 구멍을 살짝 만들어 전을 부칠 때 달걀 물을 입히듯 구멍 난 부분에 달걀을 붓으로 입히고 설탕을 쿡! 찍었다. 주사기 같은 기.. 더보기 12월 첫날, 환하고 예쁘게 “언제 겨울이 왔을까? 계절은 사람이 늙는 것처럼 서서히 쇠퇴해갔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느새 겨울은 가혹한 현실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저녁에 기온이 좀 내려가는가 싶더니, 며칠 계속 비가 오고, 대서양에서 온 바람이 제멋대로 불고, 습도가 높아지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결국 서머타임으로 당겼던 시간을 다시 늦추게 되었다. 그래도 이따금씩 유예의 순간들이 있었다. 외투 없이 집을 나서다 구름한 점 없이 밝게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아침이 그런 때였다. 그러나 이런 아침은 이미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가 보여주는 거짓 회복 징후와 같았다. 12월이 되자 새로운 계절은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거의 불길한 느낌을 주는 강철빛 회색 하늘이 도시를 덮었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 더보기 손님 초대 어젠 참으로 버라리어티한 날씨였다. 새벽 내내 빗방울이 끊이지 않더니 오전 산책길에선 비 갠 틈에 무지개도 만났다. 오후엔 우박이 내리다가 바람 소리도 어찌나 요란하던지. 순진한 딸은 클라우디아가 우리 집에 올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로 날씨가 나빴다. 지난달 클라우디아네서 양파 케이크에 페더바이저를 먹고 부부가 한국에 다녀온 후엔 우리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용감하게 한국 음식을 준비하겠노라면서. 손님 초대는 내게 늘 부담스럽다. 청소며 음식 준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친정 식구에게도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해 본 기억이 없다.(안난다.) 집에서 가족이 모이더라도 대부분 언니의 손을 빌리곤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외식 문화가 발달한 것도 한국에선 손님을 치.. 더보기 소팽 선생과 시작한 독일어 공부! 드디어 내게도 체계적으로 독일어를 배울 선생을 만났다. 그간 개인적으로 독일어 선생이 있었지만 체계적이지 못했다. 작년엔 한나에게 독일어 기초를 들쑥날쑥 배우다가 흐지부지되었다. 우린 만나면 영어로 한두 시간 떠들다가 헤어졌다. 가끔은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물론 고립된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한나에게 고맙다. 요즘은 한나와의 연락이 뜸하다. 내가 먼저 연락 좀 해야 하는 데 그러질 못했다. 주먹구구식으로 나 혼자 이 책 저책 기웃거리다가 여름엔 클라우디아가 유치원에서 하는 Mama lernt Deutsch 코스를 소개해주어서 일주일에 두 번, 한 달 정도 나가다가 레벨이 천차만별이고 수업 대비 시간 소요가 많아서 그만뒀다. 10월부턴 집에서 가까운 곳의 Haus .. 더보기 한국에서 온 반가운 선물 독일의 노벤버는 날씨가 영 별로다. 날씨가 우중충하니 기분도 자꾸 가라 앉는다. 그런 찰나 한국에서 온 반가운 선물이다. 한국에 일주일간 여행간 클라우디아 부부가 돌아왔다. 클라우디아 아들인 토비아스가 한국으로 이번 학기 교환 학생으로 갔는데 아들도 만날 겸 한국을 다녀왔다. 토비아스에게 호스트 패밀리로 셋째 언니네를 소개시켜주었는데 이번에 부부가 함께 만났다. 신기했다. 독일 친구가 한국에서 언니네를 만나고 눈깜짝 할 사이에 다시 돌아온 일이. 열살 아들이 좋아하는 책(과학소년과 위즈키즈)과 이모가 몇달 전에 사둔 딸 머리끈과 머리띠를 가져다 주었다. 11월호 이제 막 나온 따끈한 잡지를 만난 아들은 엄청 좋아한다. 요즘 빠져 있는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전자책으로 읽었는데 다시 종이책을 사달란다.)의 ..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