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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어슬렁 나들이 주말에 가정집에서 열린 수공예 전시회에 다녀왔다. 작은 돌을 알록달록 꾸미기도 했고 생소한 용도의 목공예도 선보였다. 사진으로 다 담진 못했지만 바느질 작품과 보석류도 다양하게 전시되었다. 한국 행사엔 떡과 차가 있다면 독일에선 케잌과 커피다. 맛난 케잌 한 조각과 커피가 각각 2 유로로 저렴했다. 전시회 관람은 무료이고 작품 구입도 가능하다. 방방마다 작품을 전시해두었고 꽃과 양초가 셋팅된 테이블도 적당히 있어서 자유롭게 구경하다 쉬면 된다. 정원엔 아이들이 놀 공간도 넉넉하다. 우람한 나무 사이에 매달린 긴 줄의 그네는 큰 아이가 타기에도 스릴이 넘친다. 그네 밀어주는 아빠의 똥칩에 웃기고도 괴로운 표정이다. 드넓은 정원엔 과실수도 많았다. 적당한 햇살과 초록이 가득한 숲에 놀이터가 따로 없다. 개인.. 더보기
보온 물병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내게 독일에서 보낸 첫 겨울은 유독 더 추웠다. 난방은 히터로만 가능한 터라 냉골 바닥이 영 낯설다. 하우스 슈어는 당연하고 보온 물병은 밤에 없어선 안될 필수품이다. 긴긴 겨울 밤 양초는 낭만이다. 데운 물을 넣은 물통은 처음엔 뜨거운 듯 해도 견딜만하다. 잠이 들 때까지 기분 좋은 따뜻함을 안는다. 매일 밤, 보풀이 날 정도로 격하게 껴안고 잔 날들이다. 3월 20일 춘분이 지나고 어김없이 이불 속 온도까지 올라간 날 바로 찬밥 신세가 되었지만. 더보기
봄밤 광장의 가로등 불빛과 어둠이 시작된 하늘이 빚어낸 사진이다. 내가 그리던 봄밤이다. 환하게 북적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떠들썩한 광장이 차분해졌다. 봄밤이라니! 절묘한 조화다. 부드럽게 은은하다. 간절히 기다리던 봄이라 봄밤도 귀하다. 더보기
다른 시간대, 새로운 시간 독일로 오기전 우리 부부의 스승님께선 큰 아이에게 손목 시계를 선물해주시며 새로운 시간을 살라고 말씀하셨다. 열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이곳에선 다른 시간대를 산다. 현재의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사는 지인들을 생각하며 수시로 한국 시간을 확인하곤 한다. 한동안 오후 3시가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잠자리에 누워 한국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5시다. 내가 늘 일어났던 시간에 잠을 자고 잠을 자던 시간은 오후다. 마흔 해동안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애쓴 시간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렸다. 배꼽 시계만큼 정확한 내 기상과 취침 습관에 놀랐다. 3월 말에 서머 타임이 시작되면 독일은 한국보다 7시간 늦어진다. 시차 적응은 힘들다. 몸은 누웠는데 뇌는 쉬이 잠들지 않은 날들! 잠들지 못하는 뇌를 위해 매일 .. 더보기
예술적인 날씨 한컷! 내 생각에 유럽의 글루미(gloomy:어둑어둑한, 침울한)한 날씨를 가장 잘 표현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작년 12월 26일 함부르크에서 찍은 사진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1시 50분이다. 낮인지 새벽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함부르크 역 주변을 찍고 싶었는데 고풍스런 건물과 번화한 거리의 2층버스가 아니라 날씨가 어쩜 이렇게 예술적으로 흐릴 수가 있을까. 하면서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난다. 겨울엔 해가 안 보이는 날도 많았고 해가 떠도 30분이 고작었다. 그런 날은 창가로 가서 등으로 햇살을 모으곤 했다. 봄이 이제 곧 오려나보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얼마전엔 우박도 떨어졌다. 겨울의 유럽은 날씨가 우중충하다는 것은 쿨하게 인정하고 그만큼 햇살이 귀하니 해가 쨍하게 나는 날은 감사가 몇 배로 터.. 더보기
안아볼 수 없다는 것 내게는 네 명의 언니들이 있다. 고로 내 아이들에겐 네 명의 이모가 있는 셈이다. 이모들의 조카 사랑은 표현 방식도 각양 각색이다. 그 중 유독 셋째 이모는 조카들 중 가장 막내인 내 딸에 대한 애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가끔은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언니처럼 '물고 빨며' 저렇게 아이들을 예뻐하겠구나. 싶다. 독일에 오기 전 언니네 집에 몇 주 머물렀다. 그 덕분에 언니는 북적대는 아이들이 함께 있어서 때로는 정신이 없기도 했겠지만 사랑스런 재인이를 실컷 안아볼 수 있어서 좋아했다. 출국 전날 밤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함께했다. 새벽까지 짐을 싸고 있던 엄마 덕분에 아이는 이모 품에서 잠이 들었다. ​ 언니는 재인이가 많이 보고 싶은 모양이다. 인터넷만 되면 보이스톡으로 목소리를 듣고 페이스톡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