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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완연한 가을 일요일 오후의 숲 산책.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한 십분 정도 걸릴까. 슈바니비네에 살 적보다 숲 진입로까지가 좀 먼 느낌이라 집에서 가까운 호수길을 늘 산책했다. 직접 가보니 숲도 그리 멀지 않다. 앞으로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느낌. 비가 간간히 내리는 일요일 오후라도 산책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처럼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는지도. 양 떼와 사슴뿐 아니라 드 넓은 녹지에 가슴이 뻥 뚫린다. 산책하고 들리면 좋을 숲 속의 카페도 아주 마음에 들고. 크눕스 파크에서 갔던 와플 잘하던 카페처럼 이곳에도 역시나 와플! 따뜻한 와플에 뜨거운 체리 소스를 얹어 먹어도 일품이고 오누이처럼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먹어도 어울린다. 역시나 카페도 만석. 더보기
남매의 자발적 쓰기 한글 공부 겸 한국사 공부를 남매와 시작을 했다가 흐지부지된 게 언제더라.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일은 아무나 못한다. 한국에 살면 엄마가 굳이 이렇게 하지 않겠지만 우린 현재 특수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시늉이라도 해보자고 각오만 다지고 몇 번 하다 관뒀다. 대신 뭐든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우는 편이 빠르다. 올 초부터 아들과 딸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글을 쓴다. 딸은 급기야는 책을 쓴다면서 벌써 노트 몇 권을 끝냈단다. 아들은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중 를 탑으로 뽑는다. 시리즈를 e북으로도 사줬는데 종이책으로도 갖고 싶다고 해서 지금 비행기 타고 오는 중이다. 캐릭터를 구상하고 서로 읽어주기도 하면서 평도 하고 둘이 그럴듯하게 논다. 아들은 유명한 작가가 되면 매일 아침 새벽마다 글 쓰는.. 더보기
기슬라와 앤디 "Traüme beginnen häufig dort, wo man geboren wird und erfüllen sich dort, wo man sich heimisch fühlt. Für euren neuen Lebensabschnitt in Schüttorf wünschen wir euch, dass all eure Traüme in Erfüllung gehen." 기슬라가 선물과 함께 준 카드의 한 구절이 감동이다. 시인이 따로 없다. "대부분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꿈이 시작되고 이룬다. 새로운 삶의 단계인 슈토프에서 바라는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린 보통 꿈을 이루려고 고향을 떠나기도 하는데 독일은 다른가. 어쩌면 꿈의 완성은 고향이어야 할 지도. 고향이라는 단어에 멈칫한다. 고향을 떠나도.. 더보기
2020년 9월 25일 1. 이번 주 화요일에 카드 뉴스 한복 스크립트를 끝냈다. 역시나 마감의 힘. 일주일에 한 편씩 카드 뉴스가 업로드되기 위해서 신원이랑 격주로 스크립트를 맡았다. 한글 대본을 넘겨야 디자인과 영어 독일어 번역이 진행되니 바쁘다. 영화는 속 한복, 고심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뽑아서 기분이 엄청 좋다. 신원이랑 서로 크로스 체크를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맥락에서 벗어나는 불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내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는 주로 문장이 어색한 부분을 매끄럽게 고쳐주고. 대본을 쓰고 넘기면 결과물이 착착 진행되는 것도 즐겁다. 글쓰기는 내가 엄청 좋아하는 영역이라는 걸 쓰면서 또 깨닫는다. 앞으로 4개의 스크립트를 더 써야 한다. 꺅, 즐거운 비명! 아참, 인쇄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 더보기
덤덤함과 담대함 사이에서 독일의 코로나 상황은 매일 평균 확진자 천오백 명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이 학교를 간다. 니더작센주는 8월 27일에 개학을 했고 아직은 특별한 지시사항은 없다. 학교가 쉬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줄었다. 3월에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쉬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6주간의 여름방학도 그대로 쉬었으니 더 쉬는 것도 무리다. 내가 사는 Schüttorf(11만)와 인접 도시 Bad bentheim(15만)은 인구가 53만 인 Nordhorn의 5분의 1 수준이라 더 인구밀도는 훨씬 낮다. 주말에 Bad bentheim에 가봤더니 네덜란드 접경 도시인만큼 네덜란드어도 종종 들렸다. 우리가 간 버거집엔 좌석 하나 정도는 비워두는 식으로 거리두기를 했고. Schüttorf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은 .. 더보기
선명하게 붉은 자두잼 옆집 사는 마틴이 토요일 오후에 자두를 한 박스 가져다줬다. 우리 집 부엌에서 마틴네 정원이 잘 보이는데 그 집 딸 Verena에게 내가 독일어 관련해서 물어볼 일이 있어서 언제 시간 되는지 약속을 잡고 있는데 마틴도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 둔 박스를 들고 온다. 정원에 있는 자두나무에서 딴 거라면서. 나는 직접 기른 거면 뭐든 환영이다. Bio라며 좋아하면서. 올해는 많이 열리지 않았다면서도 저렇게 많은 양을 챙겨주다니. 감동^^ 솔직히 독일 마트에서 저런 자두를 많이 봤지만 직접 산 적은 없다. 왠지 보기에 맛있어 보이지 않고 한국 자두와 모양이 달라서. 요즘 빵집에서 자두를 얹은 케이크가 많이 보이던데 저 자두가 독일에서 많이 생산되는 모양이다. 먹어보니 신맛이 약간 있으면서 맛은 내가 알던 .. 더보기
친절한 마틴씨 니더작센주 6주간의 여름 방학이 끝나간다. 이번 주 목요일(8월 27일)이면 등교. 남매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집에서 10분 남짓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에, 아들은 옆동네 김나지움에 다니게 되었다. 슈토프가 워낙 작은 동네다 보니 김나지움이 없어서 Nordhorn에 있는 학교로 간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한 30분쯤 걸린다. 독일은 다른 물가에 비해 교통비가 비싼 편. 대신 학생은 지원을 받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학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거라 시에서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단다. 이런 정보는 솔직히 독일인이 아니면 잘 모를 거다. 게다가 티켓의 종류(일일 권, 월정액, 일 년 치)도 다양하다. 우리 옆집에 친절한 마틴씨가 산다. 주인집 .. 더보기
한 여름밤의 달콤한 베리주 내가 좋아하는 요한네스 베리와 그 외는 이름 모르는 여름 베리들이 듬뿍 들어가 색이 고운 과일주다. 주인집 딸 로렌이 여자 셋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 우리 집은 주인인 올리버네랑 바로 앞 뒤로 나란히 있다. 옆집엔 부부가 선생인 마틴네는 딸 베르나와 아들 알렉산더 그리고 강아지 토미와 고양이 후고가 산다. 마침 마틴네는 휴가 중. 종종 세 집이 같이 모여서 담소를 나눠도 좋겠다. 이사 오기 전부터 남편은 안주인과 나랑 나잇대가 비슷하니 어쩌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잘 지내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 알아가는 단계지만 예감이 나쁘지 않다. 독일은 집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지만 이번 집은 방 두 개의 바닥은 우리가 직접 사서 깔아야 했다. 그 전 주인 피터가 집 짓는 사람이라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배달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