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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득템, 플로 마켓(Flohmarkt) 지역 신문에 일요일 오전 11시에 플로 마켓이 있다는 광고를 남편이 매의 눈으로 발견했다. 가격은 무료부터 5유로까지라고. 주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운이 좋으면 필요한 용품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집을 나섰다. 시작 시간에서 20분 정도 늦었는데 너른 주차장에 차가 여섯일곱 대는 있다. 원하는 물건을 트렁크에 싣고 있거나 어떤 분은 접시 하나를 들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신다. 그만큼 독일에선 벼룩시장이 일상이다. 괜찮은 물건은 벌써 다 나갔겠구나, 싶은 조바심으로 성급히 올라가 보니 엄마랑 딸 둘 아들로 보이는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맞는다. 입구엔 직접 그린 벼룩시장 포스트도 앙증맞게 붙어있고. 다행히 아직 내가 필요한 물건은 남아있었다. 신발장, 일인용 소파, 카펫(Teppich), 서.. 더보기
베이킹과 여유로운 일상 사진을 찾아보니 이사하고 나흘 만(8월 3일)에 빵을 만들었더라. 슈바니비데를 떠나기 전, 클라우디아 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바게트 빵. 크리스토퍼한테 레시피를 냉큼 전수받았다. 전날 밤에 밀가루와 소금 설탕 꿀 소량의 이스트 물을 넣고 밤새 실온에 두고 다음날에 보면 끈적끈적한 상태로 변해있다. 거기에 밀가루와 이스트를 추가로 넣고 반죽해서 실온에 1시간씩 두 번을 놔두었다가 굽는다. 생이스트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녀석이다. 하룻밤을 지나 발효했더니만 빵이 쫄깃하다. 빵 만드는 건 여유로운 일상에서 가능하다. 아니면 빵을 만드면서 여유로움을 찾아가던지. 더보기
싱싱한 과일 같은 하루 이삿짐을 싸면서 마인드 셋을 하려고 틈틈이 읽는 책, 최고요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이번엔 기필코 나답고 내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서. 먼 미래, '언제가'가 아니라.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인식한다. 인테리어도 기본에 충실할 것, 청소 그리고 정리정돈. 공간도 본질은 자기다움이 녹아있는 게 좋다는 거. 그러려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취향을 아는 게 필요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고민하고 구상하는 것은 그다음. 어떤 공간에 끌리는지 이미지를 모아두기. 이삿짐 꾸리는 스트레스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운다. 얼마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 이런 표현이 공간 디렉터에게서 나오나. 나도 그녀처럼 "잘 익어서 가지에서 똑 하고 떨어져 나온 .. 더보기
편지를 쓴다는 건 "편지는 뇌를 일시 정지 상태로 이끕니다. 그 상태에서 우리는 함께 생각해볼 수 있지요." "릴케의 는 그가 한 인간에게 보여준 더없는 친절이었습니다." "편지와 메모 모두 칼비노가 강조했던 ‘가벼움’을 더한 장르입니다." "편지는 아무리 다급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표현하기 힘든 가벼움과 연결성이 내포되어,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진정한 대화를 위한 기초가 되어줍니다." 첫 번째 편지 중에서. 편지 형식으로 쓴 매리언 울프의 글을 읽어서만은 아니다. 편지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드물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고 가끔 꺼내 읽으며 기억하며 그리움을 달래는 것도 그 사람의 필체가 전해주는 진심이다. 독일에서 첫 번째 고향인 슈바니비데를 떠나기 전, 가장 중요한 사람 둘에게 마음을 전했다. 예쁜 .. 더보기
작고 친근한 철학 공동체, 꿀단지 모임 6월은 아툴 가완디의 책을 읽고 줌으로 만났다. 우리 모임이 기능적인 면에서도 점점 진화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조심스럽지만 유쾌할 수 있다는 건 아직 우리가 젊기 때문이다. 3년 전 여름, 한국에 들렀을 때 얼굴을 봤으니 화상으로 얼굴을 본 건 3년 만.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룹톡으로 목소리만 듣는 것도 좋지만 얼굴을 보니 또 다른 느낌. 한 달에 한 번, 셋이서 함께 읽은 책과 삶을 나누는 일이 이젠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에서도 "진정한 관계, 진정한 우정, 진정한 철학 공동체는 작고 친근한 규모로만 가능(378쪽)"하다고 언급했다. 이 모임을 두고 하는 말. 요즘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문화 시대에 읽고 쓰는 느린 행위를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고 든든하다. .. 더보기
Cafe Knoops Park 초록이 짙어진 6월 첫째 주, 코로나 이후 사적인 만남은 처음이다. 볕 좋은 날 종종 들렸던 크눕스 파크도 이젠 안녕. 꼭 가고 싶었던 예술 카페(Kunst Cafe)는 문을 닫았고 Cafe Knoops Park는 문을 열었다. 슈바니비데를 떠나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사람 중 한 분인 도리스 풍크를 초대해서 차를 마셨다. 약속 잡고 예약하는 과정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남편이 도리스에게 가능한 약속 날짜를 메일로 보내면서 장소를 Cafe Knoops Park로 한 거다. 난 당연히 Kunst Cafe라고 했는데 남편이 잘 못 보낸 거다. 난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예술 카페를 예약하려는데 예약이 불가능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소를 바꿔야겠다 싶었는데. 남편이 Cafe Knoops Park로 보낸 건 .. 더보기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5월의 밤마실(밤 산책)은 놓치면 안 된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유형인 나는 밤 9시 이후에 산책할 생각은 거의 못한다. 해가 엄청 길어졌다. 여름이 곧 머지않은 시각, 10시까지도 환한 독일 밤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낯선 경험이다. 혼자는 감히 엄두도 못 냈을 테지만 남편이 휴가여서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5월의 밤공기는 새벽 공기보다 덜 차갑고 포근하다. 연한 초록이 진해지기 전 푸릇푸릇함을 눈에 담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사이가 좋은, 친한 관계는 서로를 성장시킨다. 생전 뛰기 싫어하는 남편이 달리자고 노래 부르는 나를 위해 함께 뛴다. 내가 만든 빵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에 홈카페는 점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업그레이드되고. 초록은 짙어진다. 더보기
딸기쨈과 감자빵 독일에서 현재 공급난을 겪는 물품 네 가지는 밀가루, 휴지, 손 세정제 그리고 이스트(Hefe)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사재기가 줄었는지 밀가루도 휴지도 아침 일찍 마트에 가면 운 좋게 사기도 한다. 요즘 빵을 자주 만들다 보니 웬만한 빵엔 이스트가 필수다. 특히나 생이스트를 써보니 발효가 엄청 잘 돼서 재미있고 신기하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밀가루와 휴지는 한 번에 하나씩 가져가라는 안내문이 있고 생이스트는 한 번에 두 개씩 살 수 있다. 42g 자리 두 개를 샀는데 빵은 네 번 정도 만들 분량이다. 우유 식빵과 모닝빵에 이어 감자빵에 도전. 감자가 듬뿍 들어간 감자 빵이 시간 대비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유튜브는 영화 https://www.youtube.com/wa..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