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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완연한 가을 완연한 가을이라 쓰고 조만간 겨울이라 읽는다. 오늘부로 서머타임 해제로 한 시간을 벌었지만, 어둠의 속도는 금세 그 시간도 무섭게 따라잡을 테지. 산이 많은 한국의 가을은 울긋불긋 일 텐데 독일의 가을 숲은 단조롭다. 발밑에서 바스라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 매일 조금씩 짧아지는 해를 아쉬워하면서. 더보기
고향이 그리울 땐 한국 음식 날이 선선해지면 유독 한국 음식이 그립다. 외식할 때 가장 많이 찾았던 게 베트남 쌀국수다. 집에선 요즘 배추 된장국과 미역국을 자주 먹는다. 가끔씩 김장 김치를 사서 냉장고에 넣으면 냄새가 오래가서 꺼리곤 했는데 그렇다고 김치를 끊고 살긴 어렵다. 안 먹을 땐 그러려니 하는데 한 번 주문해서 먹을 땐 다들 정신을 못 차린다. 카레에 김치만 있어도 충분하고 아무국에도 김치는 역시나 잘 어울린다. 김치에 두툼한 목살을 넣고 김치찜을 했는데 말이 필요없을 만큼 맛있었다. 2Kg 김치는 일주일도 못 가서 동날 정도로 작은 양이다. 독일 마트에서 장을 봐서 먹는 것과 한인 마트에서 시키는 건(50유로 이상은 배송비 무료) 가격 차이가 있다. 당연히 비싸서 자제하지만 한국이 심하게 그리울 땐 이렇게라도 그리움을 .. 더보기
벌써 9월 5일 오늘이 벌써 9월 5일이라니! 이번주 집에서 처음 마시는 커피다. 천국이 따로 없다. 커피 마시며 글 쓰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번달부터 12월까지 독일어 집중 과정을 다닌다. 일주일에 3일 VHS에서 독일어 A2를 등록했다. 수업시간은 8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다. 브레멘 중앙역 근처에 있는 Bamberger까지 가려면 집에서 7시 전에 출발이다. 오누이 도시락를 챙겨놓고 헐레벌떡 7시 4분 버스를 타려고 뛰었다. 이젠 내가 없어도 알아서 할 수 있을 만큼 커서 한숨 놓인다. 큰아이가 동생 먼저 보내놓고 뒤늦게 간다. 그 틈을 이용해서 학교 가기 전 한 30분이라도 태블릿 게임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게임 하니 황홀경을 맛봤단다. 엄마가 왜 그렇게 .. 더보기
택배 보낼 때 숫자 1과 7은 유의 다음 달부터 빡센 일정이 예고되는데 그전에 좀 쉬어야지 마음만 먹고 못 쉬고 있는데 딱 알아서 아파주는 센스 보소. 감기로 이틀을 꼬박 얘들 보내고 오전 내내 자다가 겨우 일어나 점심 차려주고 앓을만큼 앓으니 좀 나아졌다. 오늘은 약기운으로 겨우 장을 봐서 굴라쉬 미역국 끓여 먹었더니만 속이 뜨근한게 감기가 도망갈 기세다. 이 와중에 어제 우편물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다. 큰언니가 한참 전에 보낸 택배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판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무슨 택배가 한달이나 걸리나 배로 보낸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주소를 잘 못 썼다. 독일로 택배 보낼 땐 숫자를 유의해야한다. 숫자 1과 7이 다르게 써서 다시 돌아간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집 주소 끝번지는 28790인데 여기서 8은 6으로 7은 1처럼 보.. 더보기
호텔 조식 부럽지 않은 4시간 영어로 토킹 어바웃, 집에 오니 후덜덜 넉다운이다. 지난달부터 함께 브런치를 먹자고 했는데 방학이라 아이들 학교 가면 만나자고 미뤘던 약속이다. 호텔 조식 부럽지 않은 정갈한 테이블이 감동이다. 남편이 만든 두 종류의 빵과 친구가 직접 만든 살구잼과 딸기잼은 달지 않아서 빵에 발라 먹기 좋았다. 하루 전날 만들어서 냉장고에 묵혔다는 오트밀과 요거트 그리고 사과를 갈아 넣은 뮤즐리는 부드러운 게 입에 잘 맞았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내놓은 세 종류나 되는 치즈는 그동안 궁금했던 치즈에 대해 물어볼 좋은 기회였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매번 사는 치즈만 사는데 향이 너무 강한 거 말고 부드럽고 맛도 보통인 하얀 치즈 이름이 뭔지도 알아두었다. 삶은 계란은 앙증맞은 그릇에 담겨 있다.. 더보기
음식물 쓰레기에서 떠오른 에피소드 2주에 한 번씩 음식물(Bio) 쓰레기 차가 온다. 벌레가 번식하기 딱 좋은 여름에 2주는 좀 길다. 그렇다고 냉동실에 얼릴 수도 없다. 한국에선 원할 때 비닐봉지에 모았다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면 통을 만지거나 들여다볼 일은 거의 없었다. 독일에선 집마다 전용 쓰레기통이 있는데 총 세 개(종이, 음식물, 잡다한 먼지류)가 버리는 요일이 정해졌다. 아, 하나가 더 있다. 뭘 소비했는지 속이 훤하게 보이는 반투명 노랑 봉지(Gelbsack)에 포장재는 따로 버린다. 쓰레기차가 오는 날에 맞춰 집 앞에 내놓으면 기계로 통을 들어 털어 가면 들여와서 씻어서 말려둔다. 그래야 음식물을 갖다 버릴 때 뚜껑 열기가 덜 겁난다. 처음엔 생각 없이 그냥 통에 음식물을 부었는데 좁쌀만 한 알들의 잔치가 열리다가 .. 더보기
놀이터가 좋아 베를린에서 갔던 놀이터, 얘들은 뭐니뭐니 해도 놀이터가 제일이다. 줄 한번 타고 쭉 내려오려고 줄선 꼬마들 틈에서 얘들이 다 사라질 때까지 실컷 탔다. 독일에선 놀이터에 나무가 많아서 좋다. 의도적으로 숲 안에 놀이터를 만든 걸지도. 나무로 만든 놀이터가 대부분인 줄 알았는데 페가작에서 금속으로 설치된 놀이터도 만났다. 왼쪽엔 굴삭기로 열심히 땅 파는 딸이다. 너무 열심히 몰입해서 파길래 딸이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며 남편과 둘이서 웃었다. 아들은 원숭이처럼 매달려 좋단다. 돌덩이를 이용한 것도 신기했다. 돌에 타고 빙빙 도는 건데 옆에서 맞으면 큰일나겠다. 더보기
시원해 보이는 (개)물그릇 지난 주에 이어서 독일도 36도까지 오르는 더운 날씨다. 이렇게 온도가 높은 적이 드물다는데 그것도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자주 오던 비도 뚝 끊겼다. 산책 가는 길에 사바네 집 앞에서 발견한 개 물그릇! 더운날 개도 산책하다가 목을 축이라는 저 친절함을 보소! 독일에 사는 개들은 복 받은 듯. 여름엔 은행이나 빵집 앞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딸래미는 아, 목마르다. 나도 물 마시고 싶다. 내가 개였으면 저물을 마셨을 텐데. 아쉬워한다. 더보기